[남·별·이]박관서 시인 "지역문학이 한국문학을 지탱, 과소평가 말아야"(2편)

작성 : 2024-09-03 10:00:01
작가회의 사무총장 맡아 중앙문단 경험
상업주의 물든 문학 생태계 안타까워
오월 문제 다룬 '광주의 푸가' 출간
"광주정신은 대동세상..공동체 정신 회복해야"
[남·별·이]박관서 시인 "지역문학이 한국문학을 지탱, 과소평가 말아야"(2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재직 당시 모습

박관서 시인은 광주작가회의에서 중책을 맡으면서 5·18문제와 광주문학관 건립 등 굵직한 현안들을 직면하게 됐습니다.

특히 광주의 중요한 화두인 5·18문제는 그의 역사 인식과 문학적 세계관이 새롭게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됐습니다.

"제3자의 시각에서 당사자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진실은 사실 너머에 있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예수님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듯이 당대의 사건성에 머물지 않고 커다란 맥락에서 진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광주정신은 '희생, 민주화, 정의'
그는 광주정신을 '희생, 민주화, 정의(正義)'로 규정했습니다.

한 단어로 함축하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윤상원 열사"라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 윤상원 열사는 공동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았으며, 희생과 부활이 하나라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죽음을 죽음으로 보지 않고 다른 차원으로 승화된 확장된 세계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습니다.

▲5·18 42주년 민주묘지 기념 행사 장면

그는 이어 "프랑스혁명이 그랬듯이 혁명이 성공한 뒤에는 반동적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면서 "5·18 역시 역작용이 있는 게 엄연한 사실"이라고 직시했습니다.

그는 "독재자를 미워하면서 독재자를 닮아가는 우리 안의 파시즘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 안에 계급화, 권력화가 촘촘히 갈라치기 하고, 억압과 배제가 일상화되고 있으나 성찰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다른 세상, 해방된 대동세상을 구현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 중앙문단, 핵심은 없고 공허함 느껴져
아울러 이러한 역사 인식은 그의 문학에도 투영돼 제3시집 '광주의 푸가'(2022, 삶창시선)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서정시 위주의 경향을 탈피해 5월의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면서 서사적 담론을 이끌어내 문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시집은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됐습니다.

▲시집 '광주의 푸가' 출간 후 목포 문학강연

그는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으로서 일한 2년간의 서울살이에 대해 묵직한 소회를 털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비판적인 뉘앙스를 피력했습니다.

"이른바 한국 문단의 중심이라는 곳에서 바라보고 겪어보니 실상 별거 아니더라. 근원이나 핵심은 보이지 않고 텅 비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광주의 경우 5·18과 아시아문화전당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지만, 서울은 고민이나 토론이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이어 "거대한 유명 출판사에 기대어 문학 생태계 내에 살아남으려는 상업주의 풍토가 안타깝게 느껴졌다"며 "세계문학과 아시아문학의 구성체로서 한국문학의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 독자의 기호에 맞는 소통방식 개발해야
그는 특히 문학이 독자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에 대해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문학 시장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언어적 소통방식이 독자와 동떨어져 있다. 전통문학에 얽매이지 말고 웹소설 같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광주문학관 건립추진위 활동 모습

지역 문단에 대해서는 "중앙 문단의 플랫폼과 아카데미즘에 막혀 제대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지역 문인들은 서울은 잘 알아도 자기 지역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작품이 좋으면서도 스스로를 낮춰 보는 경향이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 작고 낮은 것이 문학적 울림 커
하지만 그는 "지역 문학이야말로 오늘날 한국문학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개인마다에 숨어 있는 이야기가 가치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세계적"이라면서 "크고 광대한 것보다는 작고 낮은 것이 문학적 소리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챗GPT에 나오지 않는 것이 희소성을 갖는다. 지역과 개별적인 이야기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 지역학과 지역 역사가 소중해지는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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