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김지연 작가는 젊은 시절 작가의 꿈을 안고 매년 신춘문예에 도전했다가 번번이 고배를 마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지방에 도서관도 드물고 책도 귀했던 터라 친구로부터 소설책을 빌려서 읽었습니다.
젊은 시절 방황의 시기에 책은 김 작가에게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만화, 시, 소설, 철학, 정신분석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었습니다.
◇ 방황의 시기에 책은 유일한 위안어떤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재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지금은 정신 집중도 안 되고 눈이 흐려 책을 읽는 대신 오디오로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젊은 시절 풍부한 독서량과 문학에 대한 관심 덕택에 글쓰는 일에 자신감을 얻게 됐습니다.
그리고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를 시작하면서 기획글과 작가 소개글을 쓰면서 글쓰기는 중요한 일과가 됐습니다.
또한 거의 모든 전시에서 작가 인터뷰나 단상을 직접 적어왔습니다.
그래서 등단이라는 관례적인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고도 자연스레 '글쟁이'가 되어갔습니다.
◇ 경향신문 기고 '따뜻한 그늘'2017년 '감자꽃'이라는 사진과 글을 열화당 출판사에 보냈더니 사진 산문집이 나왔습니다.
그 후로 2019년 '전라선', 그리고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경향신문에 기고했던 글을 모아 '따뜻한 그늘'이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집으로 <정미소>(아카이브북스), <나는 이발소에 간다>(아카이브북스), <근대화상회>(아카이브북스),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눈빛), <삼천원의 식사>(눈빛), <자영업자>(사월의 눈), <영산강>(류가헌)등 16권의 사진집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감자꽃>(열화당), <전라선>(열화당), <따뜻한 그늘>(눈빛) 세 권의 사진 산문집을 냈습니다.
김 작가는 시를 자주 쓰는 편은 아니지만 문득 시상이 떠오르면 쓰고 있습니다.
창밖을 바라본다
푸르던 녹음이 앙상한 나뭇가지 되어
겨울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고 있다
그중 가지 끝에 달린 나뭇잎 몇 개가 질기게 펄럭인다
내일은 섣달그믐
추운 정제(*부엌)를 드나들며 그 많은 음식을 부지런히 만들던
젖은 손과 희고 넓은 앞치마의 여인들
스쳐가는 희미한 기억 속에 할머니의 고된 삶이 보인다
삭은 뼈에
바람이 스민다.
- 젖은 손, 김지연
◇ 전주, 느린 반면 많이 생각하는 기질김지연 작가는 전주에서 살면서 좋은 점으로 문화적인 환경을 꼽았습니다.
전주사람들은 광주사람들에 비해서 템포가 조금 느린 반면 많이 생각하는 기질이라는 게 김 작가의 견해입니다.
광주사람의 기질을 가진 사람으로서 답답할 때가 많으나 전주의 차분하고 전통을 따르려는 모습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전라도 관찰부가 있었던 전주는 한옥마을 비롯 서학동 예술마을 등 전통문화의 향기가 가득해 정서적으로 잘 맞는 곳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김 작가는 "작품이든 인생이든 계획은 없다.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생을 좀 많이 살지 않았나 하고 가끔 생각한다"면서 "잘났든 못났든 지금의 나로 설 수 있음에 감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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