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風葬)이라는 죽음의 서사에 깊이 빠져든 서애숙 시인의 삶의 자취를 돌아보면 의외로 무거움보다는 '흥'과 '신명'이 관통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재능을 바탕으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역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해 왔습니다.
어릴 적 전남지역에서 부부교사를 지내셨던 부모님 밑에서 자란 서 시인은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하는 습관이 몸에 배었습니다.
남다른 운동 감각을 지닌 그녀는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10여 년간 광주시 볼링 대표선수로 활약했습니다.
◇ 전국볼링대회에서 준우승 차지KBS주최 전국볼링대회에서 광주 예선 1등을 차지한 데 이어 본선에 진출해서 국가대표를 제치고 준우승을 거머쥘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던 데에는 든든한 남편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볼링대회는 해마다 대통령배, 전국체전, 체육회장배 대회 등 3개의 큰 대회가 있습니다. 경기에 출전하면 한 달간 집을 비우게 되는데 그때마다 남편이 배려를 해줘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죠."라며 남편의 외조에 감사의 마음을 피력했습니다.
볼링선수 생활을 마친 이후 그녀는 30대에 접어두었던 시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 2002년 '문학과경계' 신인상에 당선2001년 '오늘의문학'에 시, '월간아동문학'에 동시가 당선되었습니다. 또 2001년 겨울 '섬사랑 시인학교' 백일장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02년 '문학과경계'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첫 시집 『세상 뜨는 일이 저렇게 기쁠 수 있구나』에 수록된 '여름, 일로 연꽃방죽에서'는 웅숭깊은 죽음의 이미지를 인상 깊게 표현했습니다.
여름, 일로 연꽃방죽에 가면
세상을 가득히 떠메고 가는 상여 한 채가 있다
개구리밥 부들 부래옥잠
축일의 명정을 서로 펄럭이며
한 땀 두 땀 기쁘게
상여를 밀고 나가는 상주도 여럿 있다
누가 열반(涅槃)했는가
너무 장엄해서
아무도 울지 않는
꽃들의
호상(好喪)
(서애숙 시, 여름, 일로 연꽃방죽에서 中)
'풍장' 연작시의 서시(序詩)라 할 정도로 시 속에서 연꽃방죽의 풍경과 상여 행렬을 묘사하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 7년째 펜을 놓고 절필한 상태서 시인은 송수권 시인으로부터 3년간 시 공부를 한 바 있는데 '일로 연꽃 방죽에서'를 읽고 "대한민국 최고의 시인이 될 것이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서애숙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죽림 풍장』(2017) 이후 이보다 더 나은 작품을 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7년째 펜을 놓고 사실상 절필한 상태입니다.
대신 '죽림 풍장' 연작시를 노래와 춤으로 풀어내 세상에 알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서 시인은 일찍이 시 낭송에도 소질을 나타내 광주 재능시낭송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초창기 시 낭송의 기틀을 다진 바 있습니다.
그녀는 "시 한 편을 낭송하기 위해서는 100번 이상을 읽어서 완전히 시 속에 녹아들었을 때 온전히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고 시에 쏟는 정성을 강조했습니다.
최근에는 시극으로 형식이 바뀌면서 시 낭송의 본질적인 미학이 사라져버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송수권 시인은 서 시인이 낭송가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시인의 기생인 시낭송을 그만두고 시를 쓸 것을 충고했다"고 말했습니다.
◇ "좋은 시는 건강한 심신에서 탄생"아울러 그녀는 "좋은 시는 심신의 고통보다는 건강한 신체와 생각 속에서 탄생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색소폰 연주에 매료돼 푹 빠져들기도 했으며, 5년 전부터는 파크골프에 흥미를 느껴 1급 지도자 자격증을 딸 정도로 실력을 갖추었습니다.
그녀는 "파크골프에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레 시 쓰는 것과는 멀어진 상태"라며 "언제 다시 시를 쓰게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미소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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