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8일간의 성당 건축 과정을 앵글에 담은 김주희 사진가의 개인전 '기도의 땅'이 전북 전주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10월 29일부터 오는 11월 10일까지 열립니다.
김주희 작가는 10여 년 전 처음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된 이후 공소(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작은 교회)에 마음을 두고 여러 작업을 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집 부근에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시는 '권상연 성당'의 건축 사실을 알게 되어 성당의 탄생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빈 땅에 무수한 사람들의 땀과 자재들이 하나하나 모여 548일 뒤 하나의 성전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내는 작업은 작가의 신앙 성장 과정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특히 공사장의 소재에 집중했습니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철골, 일렬로 쌓여있는 벽돌과 목재, 홀로 있을 땐 큰 존재감이 없었던 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큰 골격이 만들어졌습니다.
각자 자신의 소소한 역할을 해내면서 그것들이 하나둘씩 이어지면서 결국 하느님을 모시는 신성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건축물로 변모하게 됐습니다.
신자들의 믿음과 소망이 모이고, 그 마음들을 품을 대지와 그 위를 거닐면서 구상을 하는 신부님, 나무와 벽돌과 철골을 나르면서 땀을 흘린 인부들 모두가 합심하여 성전이 완성된 것입니다.
이번 전시 사진들은 모두 흑백 처리돼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극명해지면서, 공사장은 일반적으로 시끄러운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는 조용함, 평온함을 느끼게 합니다.
벽에 기댄 목재 너머 위로 들어오는 어스름한 빛, 십자가를 연상케 하는 수많은 쇠파이프의 연결고리들을 보면 성전의 탄생을 지켜보는 신의 모습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김주희 작가는 "'성당'은 단순한 건물의 개념과는 달리 하느님의 역사와 사람의 기도가 반영하는 곳"이라며 "548일 동안 수많은 손길이 닿았고, 앞으로 알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영혼을 품을 '권상연 성당'은 무수한 존재의 자국을 남길 공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