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대한민국 지배, 어둠의 세력 있어...이리떼들 내란몰이 먹이 돼"...본인을 '순교자'로 생각

'주옥(珠玉)같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구슬과 옥. 글이나 말이 구슬과 옥처럼 아름답고 영롱하고 빼어날 때, 가치가 있을 때 하는 표현입니다. 주옥같다.
근데, 개인적인 생각이긴 한데, '주옥같다'를 힘주어 빨리 발음하면 왕왕 '족(足)같다'가 됩니다. 거 말이 족같네. 말이 발이네. 이렇게.
윤석열 씨가 본인에게 사형이 구형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90분간 그야말로 '족같은' 망언들을 쏟아냈습니다.
특검은 '이리떼'. 자신에 대한 수사와 기소, 재판은 '광란의 칼춤'. 그러면서 "이리떼들의 내란몰이 먹이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본인을 내란 우두머리가 아닌 희생양이나 순교자로 위치한 겁니다. 이런 식입니다.
"저도 검사로 오랜 시간 수사와 공판을 담당했지만, 이렇게 지휘 체계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여러 기관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어 수사하는 것은 처음 봤다."
"현대 문명국가 역사에 이런 일이 있었냐. 무조건 내란을 목표로 수사가 아닌 조작, 왜곡을 했다."
"우리나라를 오래전부터 지배한 어둠의 세력과 더불어민주당의 호루라기에 맹목적으로 달려들어 물어뜯는 이리 떼 모습이었다. 이리떼들의 내란몰이 먹이가 됐다."
수사가 아닌 조작, 왜곡을 해왔다. 본인이 '내가 해봐서 좀 안다'는 느낌이 팍 드는 건 왜일까요.
다 떠나서. '우리나라를 오래전부터 지배한 어둠의 세력'이라니. 이건 뭐 어떤 세력을 말하는 걸까요.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건지.
아니면 구치소에서 할 일도 없는데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그래, 우리나라를 오래전부터 지배해온 어둠의 세력이 대한민국을 되살리려는 나를 잡아먹은 거야. 그것 말고는 내가 지금 이렇게 된 게 설명이 안 돼. 어둠의 세력이야' 이렇게 된 건지.
아무튼. 어둠의 세력이라니. 망상도 이 정도면 정말 중증 아닌가 합니다.
윤석열 씨의 최후진술 망언과 궤변을 유형별로 대강 정리해 봤습니다. 먼저, 계엄령 아니라니까, 계몽령이라니까. 일단 '우기기형'입니다.
◇ 尹 망언 유형 1. '우기기형'..."빈 총 들고 하는 내란 봤나...국민 깨우기 위한 계몽령"

윤석열 씨는 최후진술 내내 12.3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닌 주권자인 국민을 깨우기 위한 '계몽령'이라고 강변했습니다.
"빈 총 들고 하는 내란을 보셨냐."
"대한민국의 독립과 국가의 계속성, 헌법 수호에 대한 막중한 책무를 지닌 대통령으로서 국가비상사태를 주권자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극복하는 데에 함께 나서주십사 호소하고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나라의 위기가 초래된 원인이 바로 국회다. 그러면 주권자인 국민을 깨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비상계엄은 '주권자가 제발 국정에 관심을 갖고 이런 망국적 패악'에 대해 국민들이 감시와 견제를 해달라는 호소였다."
계엄령을 사전에도 없는 '계몽령'이라고 우기는 저 '당당함'. 말 길이 끊어지고 기도 안 차서 말문도 막힌 언어도단(言語道斷)의 끝판. 참으로 '주옥'같습니다.
21세기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라니. '망국적 패악'은 누구일까요. 누가 망국적 패악을 떨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자가당착 계몽령 우기기를 최후진술이라고 하면서. 본인이 이상한 계엄을 해서 내란 우두머리 재판을 받으면서, 왜 본인이 화를 내는지.
윤석열 씨 망언, 두 번째 유형은 책상 탕,탕. '셀프 분노형'입니다.
◇ 尹 망언 유형 2. '셀프 분노형'..."장기독재?...내가 땡크로 밀어버렸나 뭘 했나, 어?"

최후진술 처음에는 앞을, 그러니까 특검 쪽을 보고 말을 하던 윤석열 씨는 점점 몸을 돌려 방청석 쪽을 보며 '격정적으로' 애초 들고 온 최후진술엔 없는 '즉흥발언'들을 쏟아 냈습니다.
"특검에서는 제가 무슨 계엄을, 아니 개헌을 해가지고 장기독재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친위 쿠데타를 했다고 하는데, 거기에 관한 정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해 보십시오. 어?"
'어?' 하는 부분에선 왠지 '도리도리'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보통은 과거에 이런 소위 쿠데타성 장기독재 내지는 권력 장악에서의 개헌이라는 것은 국회를 해산시키고 국민투표로써 밀어붙여서 했지만, 오늘날 우리 국민이 이런 국민투표에 녹록하게 응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한번 그 시나리오를 한 번"
"장기독재요? 임기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일도 숨이 가쁜데, 장기독재를 뭘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시켜줘도 못 합니다."
"아까 뭐 무슨 비상입법기구, 국방장관이 그 뭐 안을 만들었으니까 그게 국보위 아니냐? 여러분, 국보위도요. 국회 해산하고 만든 겁니다. 어? 국회 해산하고 (탕. 책상 내려침)"
"개헌 어떻게 할지가 (탕) 서야 국보위를 (탕) 어떻게 만들지 나오는 거고 (탕) 예산 문제는 그거 일도 아닙니다. 어?"
춘향전, 심청가, 판소리 할 때 북 치는 고수가 '얼쑤, 딱' 추임새 넣는 것도 아니고.
"어? 국회 해산하고 (탕) 개헌 어떻게 할지가 (탕) 서야 국보위를 (탕) 어떻게 만들지 나오는 거고 (탕)", 힙합도 아니고 추임새가 아주 딱딱 맞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이, 재판정에서, 책상을 탕탕 쳐가며, 방청석을 향해 두 손을 써가며 '열변'을 토하던 윤석열 씨는 '내가 국회에 '땡크'를 보내길 했냐, 뭘 했냐', 도둑이 몽둥이 들고 달려들듯 적반하장賊反荷杖), 화를 냅니다.
"국회를 해산하려면 강력한 군권을 가지고 전국을 그야말로 장갑차와 땡크로 평정을 해야 합니다. 뭐 그런 시도라도 했습니까?"
"그러니까 망상이고 소설이라는 겁니다."
뭐가 그렇게 화가 나고 억울한 걸까요. 망상은 누가 하고 있는 걸까요. 근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윤석열 씨의 망상은 급기야 '내가 결국 국민들을 깨웠다. 내가 이겼다'는 '정신승리 자화자찬'으로 나아갑니다.
윤석열 씨의 망언 유형 세 번째, 망상을 자화자찬으로 승화한 '자화자찬형' 망언입니다.
◇ 尹 망언 유형 3. '자화자찬형'..."많은 국민, 청년들 계몽...내가 울린 비상벨, 효과 있어"

윤석열 씨는 자신을 "약 1,800만 표를 얻어서 된 대통령"이라며 "전체 국민이 직접 선출한 최고의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대통령을 그런 식으로 재판해서 탄핵했다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다"고 자신의 탄핵에 대한 '셀프 안타까움'을 드러냅니다.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라는 정통성을 강조한 건데, 일단 지난 2022년 3월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씨가 얻은 는 1,639만 표입니다.
암튼, 90분간의 최후진술에서 개인적으로 '진짜 압권이다. 졌다. 유(You) 윈(Win)'이라고 생각했던 윤석열 씨의 발언은 이렇습니다.
"결국 국민들을 깨우고 청년이 제대로 정신 차리고 알게 되면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국민들이 생계에 바빠서 대놓고 얘긴 안 하지만 계엄의 불가피성에 공감한다."
"많은 국민과 청년들이 계엄령이 계몽령이 되었음을 알고 있다"
"국민들이 국가 위기 상황에 계몽됐다며 응원해 주는 걸 보고 '아, 내가 울린 비상벨이 효과가 있구나' 생각했다."
저는 윤석열 씨의 저 일련의 발언을 보면서, 한남동 공관에서 나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집으로 돌아가며 했던 말, "대통령 5년 하나, 3년 하나. 다 이기고 돌아왔다"가 다시 떠오르면서, 중국의 대문호 루쉰이 쓴 '아큐정전'의 '아큐'가 딱 떠올랐습니다.
◇ "다 이기고 돌아와"...사형 구형에도 '내가 나라 구한 것' 정신승리, 책임은 부하들에 전가여기저기 맨날 두들겨 맞고 다니면서 '흥, 내가 다 이겼어' 정신승리를 하는 아큐. 그러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은 엄청 괴롭히는 아큐.
이날도 윤석열 씨는 "저는 나이가 먹어도 기억력이 아주 좋습니다"라며 특검의 압박이나 연금 때문에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겼습니다.
"월담 의원 잡아라 국회의원 체포하라? 그런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미친 사람 아니고서는 할 수가 없다."
"경찰이나 군은, 뭐 내가 무슨 옛날 하나회도 아니고, 내가 뭘 믿고? 물론 내가 임명한 장관급, 차관급 공무원이라 하지만 내가 뭘 믿고 택도 아닌 것을 부탁을 하겠으며, 체포하면 그다음에 어떡할 겁니까."
윤석열 씨의 말인데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나 조지호 경찰청장이 대통령 명령이 없었다면 윤 씨 말마따나 '미치지' 않고서야 국회에 특전사와 경찰 경력을 보냈을까요. 지금 누가 '미친 사람'일까요.
윤석열 씨는 그 와중에도 깨알같이 '내란은 무슨 내란이냐'는 '비꼬기' 초식을 전개합니다.
◇ 우기기, 셀프 분노, 자화자찬..."장기독재? 어떻게 하는 건지 좀 미리 가르쳐 주지" 비꼬기까지

"개헌해가지고 장기독재를 한다고요? 어? 미리 알려주시지 그랬습니까? 어떻게 하는 건지 좀 배워보게? 저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고."
윤석열 씨는 그러면서 황정민 씨가 전두광(전두환)으로 열연한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들 뭐 신군부가 (계엄) 하는 그 영화 보셨죠? 영화가 사실하고 동기나 이런 데서 좀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거기서 이런 식으로 합디까?"
"국헌문란과 폭동이 안 된다는 것만 헌재에서 잘 설명을 하면, 다 정리가 되겠거니 이렇게 순진하게 생각했다. 이런 바보가 어떻게 친위 쿠데타를 합니까? 친위 쿠데타를 할 정도면 눈치가 빨라야죠."
'경고성 계엄'이라는 주장을 반복한 건데. '눈치'도 없는 '이런 바보가 어떻게 친위 쿠데타를 했'는진 모르겠는데. '이런 바보가 어떻게'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됐는지는 많이 궁금합니다. 모든 비극은 거기서 비롯된 것 아닌가 합니다.
◇ '이런 바보'가 어떻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을까...태어나지 말았어야, 정치적 귀태(鬼胎)박근혜 대통령 때 2013년으로 기억하는데 민주당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귀태의 후손'으로 지칭해 엄청난 논란과 함께 '귀태'라는 단어가 입길에 오르며 '화제'가 됐던 적이 있습니다.
귀태(鬼胎). 직역하면 '귀신이 잉태한 아이'입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불길하고 사악하여 존재해선 안 될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합니다.
존재하면 안 되는 그 무엇. 결과론적이지만, '대통령 윤석열'이 그런 것 아니었나 합니다. 애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하지 말았어야 할 정치적 귀태.
윤석열 씨가 그냥 검찰총장을 마지막으로 좋은 안주에 그 좋아하는 술이나 마시며 여생을 보냈다면 어땠을까. 오늘날 저렇게 찬 감옥에서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되지는 아마 않았을 겁니다.
김건희 씨는 주가조작 집행유예 정도로 막고, 본인도 부인도 다 무사 평온하게 굴러갔지 않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잠깐 해 봅니다.
귀신 귀(鬼) 자가 들어가는 사자성어에 '귀파악인'(鬼怕惡人)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파(怕)는 혼비백산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는 뜻입니다. 직역하면 '귀신도 악인, 나쁜 사람을 두려워한다'는 뜻입니다.
◇ '귀신은 다 뭐하나, 저거 안 잡아가고'...귀파악인(鬼怕惡人), 악인은 철저히 응징해야북송(北宋) 때 시인이자 우국지사였던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명인 소동파(蘇東坡)가 쓴 '애자잡설(艾子雜說)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우리가 흔히 '귀신은 다 뭐 하나, 저거 안 잡아가고' 이런 말을 하는데. '귀파악인'은 죽은 귀신이 산 악인을 어찌할 수 없으니 악인을 귀신에 맡겨둘 게 아니라 산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손으로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악인은 지옥으로.
윤석열 씨, 윤석열 대통령, 정치적 귀태, 귀파악인.
조은석 내란 특검은 "현직 대통령이었던 피고인은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 집권할 목적으로 북한 무력도발을 유도했으나 실패하자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 행위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질타하며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 "반국가적 계엄, 비극적 역사 반복되지 않도록...전두환보다 더 엄히 단죄해야""비극적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두환·노태우 세력보다 더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 헌법 질서 파괴 행위를 엄정히 단죄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스스로 헌정질서를 수호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는 게 특검의 사형 구형 이유입니다.
비극적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 지귀연 재판장이 '귀파악인'의 마음으로 윤석열 씨에 대한 선고를 내리길 바랍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윤석열 씨는 본인을 '바보'로 지칭하며 "이런 바보가 어떻게 친위 쿠데타를 합니까?"라고 항변 아닌 항변을 하던데. 동네 바보이자 깡패였던 아큐정전의 아큐는 혁명의 와중에 '폭도'라는 엉뚱한 죄명을 뒤집어쓰고 총살을 당합니다.
"어머나, 어머나". 총살 직전 아큐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입니다. 어머나, 어머나.
아큐, 윤석열, 귀파악인. 윤석열 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기일은 2월 19일입니다. 지금까지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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