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오는 일요일이 76번째 맞는 광복절인데요. 우리 주변 곳곳에는 여전히 일제 잔재들이 남아 있습니다.
1900년대 초,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한 지역 주민들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학교들이 일제시대 공립학교로 통폐합됐습니다.
일제시대 학교라는 굴레가 씌워지면서, 일부 학교들은 민족사학의 역사가 잊혀 가고 있는데요.
최근 복원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정경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영광 법성포초등학교입니다.
1908년,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조성한 이 학교는 1916년 교사를 새로 지어 이전했습니다.
3년 뒤인 1919년, 법성포 3·1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진원지로 지목됐고, 이듬해 일제는 눈엣가시였던 이 학교를 다른 학교와 통합해 법성포 공립보통학교라는 이름으로 재개교 시켰습니다.
그 결과 1908년 개교한 학교인데도 지금껏 1920년 재개교 시점으로부터 역사를 기산하고 있습니다.
12년의 역사가 일제에 의해 지워진 겁니다.
동문들은 모교의 사라진 역사를 바로잡자며, 지난 2018년, 교육부에 법성포초등학교 졸업 횟수 변경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불가 통보를 받았습니다.
절차가 복잡하고 학생 혼란이 우려된다는 이유였습니다.
▶ 인터뷰 : 정명수 / 법성포초등학교 전 운영위원장
- "역사를 바로잡게 해달라고 했는데 (학교와 교육청이) 자기 일처럼 하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까 이렇게 됐습니다."
법성포초등학교처럼 1900년대 초 민족사학으로 세워졌지만, 일제에 의해 학교의 역사를 뺏겨버린 학교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는 데다,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가 적극적으로 바로잡기에 나선 곳도 있습니다.
곡성 석곡초등학교는 최근 졸업 횟수를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기존 방식대로면 102회가 될 내년 졸업생들에게 10년을 건너뛰어 112회를 부여할 계획입니다.
▶ 인터뷰 : 임정효 / 곡성 석곡초 교감
- "기록을 보고 계산을 해보니까 10년의 역사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고 교직원 회의를 통해서 10년이라는 시간을 찾아보자.."
100년가량 지난 시점에서 학교 역사를 바로잡는 건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에 반영하는 작업부터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 인터뷰 : 이광일 / 전남도의회 교육위원
- "역사성을 잘 연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TF팀을 구성해서 연결고리를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된다, 전라남도의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촉구하고자 합니다."
친일음악가가 작곡한 교가 등 학내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것만큼이나 일제가 지워낸 학교 역사를 복원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kbc 정경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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