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내리쬐는 광주여대 캠퍼스.
장례식장에서나 볼 법한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비수도권 유일의 4년제 여자대학교, 광주여대.
이곳에 근조화환이 등장한 이유는 최근 저 멀리 서울 동덕여대에서 시작된 남녀공학 전환 논란과 연관이 있다.
동덕여대는 최근 학칙 개정을 통해 남학생의 입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소식에 일부 학생들은 여대 정체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하며 "여대는 여성만의 안전한 배움터로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
현재도 갈등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덕여대 사태는 '여대의 정체성'이라는 근간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다른 여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 광주여대에서도 일부 학생들의 반발이 터져 나온 상황.
광주여대의 경우 지난 5월 학칙을 개정해 외국인 유학생과 성인 학습자를 위한 전담 학부를 신설했다.
남성 학생도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부 학생들이 이를 남녀공학 전환의 사전 단계로 받아들이고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핑거이슈 팀이 만난 광주여대 재학생은 여대 정체성 훼손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우려를 전했다.
▶ 인터뷰 : 익명 / 광주여대 재학생
- "정말로 남녀가 평등한 세상이 오기 전까지는 여성의 배움터는 보존이 되어야 된다고 하고 지켜져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학칙 개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불만이라는데.
▶ 인터뷰 : 익명 / 광주여대 재학생
- "우리는 그걸 아무도 모르고 있었고 근데 갑자기 그렇게 신설이 됐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안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 점이 제일 우려스럽습니다."
이에 광주여대 측은 남녀공학 전환 계획은 없으며, 남학생 입학도 외국인 유학생과 성인 학습자라는 조건에 한정될 뿐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많은 대학이 생존 위기에 직면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대학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과 통합, 학과 폐지, 학칙 개정 같은 전례 없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여대가 여성만의 배움터로 지니는 정체성은 일부 학생들이 그 학교를 택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가치가 과거만큼 고정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은 대학 입장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지만, 학생들에게는 대학의 생존 전략이 개인적 선택의 신념을 뒤흔드는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
최근의 여대 내 정체성 논란은 여대라는 공간의 가치와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가 충돌하는 상황을 보여주는데.
대학과 학생 간의 소통이 갈등의 깊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기획 : 전준상 / 취재·내레이션 : 신민지 / 편집 : 문세은 / 제작 : KBC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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