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전통문화 지킴이’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작성 : 2023-06-07 10:22:25
연구·강연·저술·답사·봉사에 '30여 년 외길'
지역 문화예술 전문잡지 '대동문화' 발간
출판·디자인·인문학·독서·예술강사 사업도
한국문화재지킴이연합회 초대 회장 역임
전통문화 계승한 '장인' 발굴해 매년 시상
'오늘의 눈으로 보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반세기 동안 한 길을 걸어온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는 이 시대 '대표적인 전통문화지킴이'이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이색 시무식을 보도한 방송화면 캡쳐.

10대 후반의 나이로 우리 전통문화와 정신에 스치듯 인연이 닿았습니다. 오지호 화백을 만나 한문을 배우고 한문보급운동을 펼치며 예술가의 정신과 기질을 엿보며 문화와 예술에 살짝 눈을 뜬 것입니다.

그로부터 50여 년,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그는 우리나라 전통문화와 예술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 있습니다. 바로 광주에 둥지를 튼 '사단법인 대동문화재단'의 조상열 대표(65)가 그 주인공입니다.

조 대표는 문화와 예술 부흥을 위한 공연, 전시, 강연은 물론 연구, 출판, 저술, 답사, 봉사, 독서회, 전문매체 운영 등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펼쳐 오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한문학에 조예가 깊고 역사의 인물과 우리나라 성씨의 본관을 줄줄 꿰뚫고 있어 사실상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이라 할 만큼 다방면에 아는 것이 많습니다.

요즘시대에 보기 드물게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에 특화된 입담 좋은 전국구 스타 강사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눈으로 보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되살려내기 위해 반세기 외길인생을 걸어온 조상열 대표가 말하는 지금의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들어봅니다.

◇1995년부터 전국 문화유산 현장 답사

▲대동문화재단은 '우리 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전통문화 계승발전에 기여 한다' 는 취지로 창립했다. 사진은 시민문화대학에서 강의 중인 조상열 대표.

△ 전통문화운동에 뛰어든 계기는?

= 30여 년 전 청년시절, 우연한 기회에 광주 주변의 문화유적을 찾아 답사를 간 적 있었습니다. 당시 문화재전문위원의 문화재에 대한 해설을 듣고 너무도 중요한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전통문화 무지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고, 이때부터 우리 것을 나부터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것의 소중한 가치를 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단체를 창립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우리 문화재와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은 매우 소중한 일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 여기 있고, 지금도 나 스스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대동문화재단은 어떤 단체인가?

= 1995년, 대동문화재단의 첫출발은 우리 문화유산 답사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뜻을 함께하는 전라도 지역 20여 명의 청년들이 모여 '우리 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전통문화 계승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창립했습니다.

대동문화재단의 '대동'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옛 지도 '대동여지도'에서 취했습니다. 내가 비록 전라도 사람이지만 전라도 문화나, 마한 또는 백제 문화에만 천착하지 않고, 시대를 떠나 우리나라(大東) 곳곳의 역사문화를 공부하면서 '문화로 하나 되고자' 하여 '대동(大東)문화'라 이름 지었습니다.


◇ 문화재지킴이·돌봄사업 통해 일자리 창출

▲대동문화재단은 격월간 문화전문잡지 <대동문화>를 발간해 우리 시대 문화를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하고 있다.

△ 대동문화재단 하면 문화재지킴이 활동과 더불어 문화로 일자리 창출까지 하는 단체로 알려져 있는데요.?

= 창립 후 지금까지 문화재를 답사하고 있는 지킴이 단체로 사단법인입니다. 매월 문화유산답사, 문화재지킴이 봉사활동, 문화재 돌봄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킴이활동이 볼런티어 운동이라면, 돌봄사업은 문화재 관리 전문가 활동입니다.

그 외 격월간 잡지 <대동문화> 발간, 디자인 출판사업, 인문스토리 플랫폼 사업, 서원, 향교 활용사업, 문화적 일자리창출사업, 인문 교육사업, 예술강사 지원사업 등 보조금 사업 등을 하는 공익단체입니다.

△ 그동안 <대동문화> 발간과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 낳은 성과는?

= 대동문화재단은 전통문화잡지를 비롯 수시로 전문서적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동문화재단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문화매거진 <대동문화>는 지역의 소중한 문화콘텐츠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28년 동안 발간되고 있는 <대동문화>는 호남지역의 문화잡지로는 가장 오래된 잡지입니다. <대동문화> 전신은 초기에 <역사의 숨결 따라>란 이름으로 안동판, 경주판. 진도판 식의 답사자료집으로 발간되었습니다.

△ 지방에서 문화잡지 발간사업이 쉽지 않았을 텐데?

= 이 무렵 1998년쯤 예향 광주에 문화잡지가 하나도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광주의 대표적인 잡지 <금호문화>가 22년 만에 폐간되고, 모 신문사에서 17년간 발간하던 잡지도 발간을 멈춘 시기였지요.

이를 안타깝게 여겨 <역사의 숨결 따라>라는 답사자료집을 오늘의 <대동문화> 전환하여 격월간으로 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도 호남의 전통이라는 역사를 쌓아 가는 것이란 생각에 힘들지만 부단히 펴내고 있습니다.


◇ 시민과 전업 예술인들의 플랫폼 역할

▲조상열 대표는 전국 130여개 단체가 가입 활동하는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당시 6월 22일을 '문화재지킴이 날'로 제정 선포하기도 했다.

△ 지역 문화단체를 이끌며 바라는 목표는?

= 문화단체가 존립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민들의 문화저변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큰 역할입니다.

우리 단체는 다양한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통해 예술 분야에 입문하는 초보 시민들과 전업 예술인들에게 문화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 특히 문화유산 지킴이 활약이 돋보이던데 그 의미와 가치를 설명해 달라.

=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지만 문화재는 사용하기에 따라서 그 생명은 영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 또한 살아있는 생명인 셈이죠. 그런데 무지한 사람들은 문화재를 함부로 다는 경우가 많아요.

선현들의 삶이 흔적이 배어있는 문화재는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고, 우리가 잠시 사용하다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죠. 그런 뜻에서 문화재를 관리하고 홍보하며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 전국 단위 문화재 보호 단체 창립에 참여했는데?

=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130여 개 전국 단체가 가입 활동하고 있습니다. 당시 6월 22일을 '문화재지킴이 날'로 제정 선포하는 것이 가장 뜻깊은 일로 기억합니다.


◇ 코로나19 사태로 활동 끊겨 심각한 위기

▲전통문화와 역사인물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입담좋은 명강사로 알려진 조상열 대표가 대기업 초청 특강을 하고 있다.

△ 코로나19로 인해 3~4년간 활동을 못했는데 다시 활성화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 모두가 그렇지만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문회시민단체의 성격인지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침체된 프로그램을 되살리기는 쉽지 않을 듯한데, 코로나가 많은 변화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 개인적으로 저술과 강연, 답사 등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해왔는데 근황은 어떤가?

= 사람들은 나를 '답사의 달인'이라 말합니다. 답사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와 역사 스토리를 주제로 하는 특강은 인기가 많은데, 현재 전국에서 1,500여 회 강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답사와 강의도 코로나 이후로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회복은 되고 있지만 3년이란 세월의 간극이 너무 길었습니다.

△ 요즘 유튜브 '조상열의 입문학수다'가 뜨는 것 같던데?

= 나를 사람들은 '입만 갖고 사는 사람(웃음)'이라 하는데, 그간 입이 근질거려서 혼났습니다. 지난해부터 유튜브 '조상열의 입문학수다'를 운영하고 있어요.

영상이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구독자와 조회 수가 꽤 많은 편입니다.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간다 해서 사람들은 인문학이 아닌 '입문학'(웃음)이라고 합니다.


◇ 오지호 화백과 한문보급운동 '숨은 인연'

▲호남한문학원에서 오지호 화백과 인연을 맺은 조상열 대표는 한문학에 남다른 조예가 있는데 이 역시 전통문화를 살리고 부흥하는 정신적 자산이다.

△ 한문학에 조예가 깊고 오지호 화백과도 남모르는 인연이 있다면서요?

= 청소년 시절 오지호 선생을 만난 것은 네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70년대 중반 광주 동구 호남동 천주교 별관에 '호남한문학원'이 있었죠.

전국 최초의 문교부 인가학원이었는데, 오지호 선생을 비롯 광주의 어른들이 설립하여 한문을 비롯 시민 계몽을 하던 곳이었습니다.

오지호 선생은 명예학원장이었고, 나는 10대 후반에 이곳에 들어가 선생을 뵙고 2년 여 동안 선생께 민족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우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선생은 서양화가, 한문보급운동가, 민족주의자셨습니다. 당시 내가 그림을 몰랐던 것이 가장 큰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 대동전통문화대상 통해 문화나눔 실현

▲2019년 제정된 대동전퉁문화대상은 문화나눔의 일환으로 제정되어 순수 민간 후원으로 상금을 주어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장인을 빌굴하여 시상하고 있다.

△ 대동문화재단이 매년 개최하는 '대동전통문화대상'은 어떤 시상제인가?

= 2019년에 처음 제정된 문화상으로 상금은 총 3천만 원입니다. 대동문화재단이 문화 나눔의 일환으로 본 상을 제정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에 전통문화 분야에 평생을 매진하면서 장인(匠人)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너무도 열악한 환경과 소외 속에서도 우리 문화를 위해 혼신을 다하면서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로 격려하고 후원하면서 그 가치를 공유하고 본 상을 제정하여 시상하게 된 이유입니다.

△ 이 상을 운영하는 재원은 어떻게 확보하는가?

= 운영비와 상금 전체를 시민들의 후원금을 모아 운영합니다. 대동문화재단 살림살이나, 대동전통문화대상도 관이나 특정기업의 지원은 없습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데 상금과 운영비 등 일체를 시민들의 후원금을 모아 운영된다는 데 그 뜻이 큽니다. 또 매년 7월 7일, 수상자와 후원자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여 감사를 표하고 있습니다.

대동문화재단을 창립 운영하고 있는 정신은 문화 나눔의 공익 단체입니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생각을 <대동전통문화대상>이란 것으로 실현한 것입니다.


◇ 광주 도심 활성화 '충장22' 위탁 운영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로 5가에 위치한 '충장22'는 옛 간장공장을 광주 동구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증개축한 복합문화공간으로 6월부터 대동문화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 6월부터 동구청 위탁운영을 맡은 '충장22' 소개해 달라.

= 광주의 심장 충장로 5가에 위치한 '충장22'는 옛 간장공장을 2020년, 광주 동구청이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증개축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단장한 건물입니다.

대동문화재단이 2023년 6월 1일부터 광주 동구청에서 '충장22'를 위탁을 받아 운영을 맡게 되었습니다.

1층에 갤러리카페와 야외공연마당, 2층에 갤러리 및 다목적공간, 사무실, 레지던시, 명인명장 전시장, 3층에 레지던시, 작은 세미나실, 4층에 레지던시, 지하에는 시민 건강체육시설, 옥상에 야외 공연장 등으로 꾸며져 있다.

△ 충장22에서 앞으로 무슨 사업을 할 건가?
 
= 전통문화발전을 위해 30여 년간 한 길에 매진하고 있는 문화전문단체답게 그 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충장22'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광주 동구의 문화예술의 허브로서의 문화플랫폼 역할을 해 나가면서 원도심 충장로의 발전을 견인하고자 합니다.


◇ 젊은 층의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많아지길

△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문화정책이나 행정에 대해 고언을 한다면?

▲대동문화재단은 6월 8일 광주의 구 도심 충장로를 문화로 활성화하기 위해 재탄생한 '충장22'의 비젼선포식을 개최한다.
= 늘 그렇지만 지원하되 간섭은 말라는 말이 있지요. 문화단체는 고정된 수익이 없고. 오직 후원과 기부를 바탕으로 운영됩니다.

그것을 다시 시민들에게 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는데 많은 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 전통문화 전승과 활성화를 위한 외길인생을 걸어왔는데 이 시대 젊은 층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사실 저희 단체가 30여 년 길을 걷다 보니 단체나 조직원 모두가 노쇠화되고 있어 늘 고민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면 쌍수 환영인데, 젊은 친구들은 전통문화에 고리타분하다 여기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생만 많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온몸을 바칠 만큼 수익성이 없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나의 경험처럼 어떤 일이든지 한 곳에 오래 하다 보면 최고의 전문가가 됩니다. 오히려 전통에 답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오늘도 백 년 후에는 옛날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 기타 추가하고 싶은 말씀?

= 대동문화재단은 문화단체 중에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 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기하거나 태클을 거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하지만 대동문화재단의 운영은 어느 곳에서도 지원받지 않으며 다만 크고 작은 보조 사업을 발굴해서 할 뿐입니다.

또 30대에 창립 후 오직 30여 년을 한 우물만 파고 있으니, 나름 성장은 해왔지만 늘 운영은 어려운 것이 문화단체의 속성 아닌가 싶습니다.

매사에 호불호가 있지만 자기와 색깔이 다르다고 또는 속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태클을 걸거나 헐뜯는 사람이 많아요.

후원을 하거나 동참하는 사람은 우호적인데 말입니다. 긍정의 눈으로 칭찬해 주면 사회를 위해 더욱 좋은 일을 힘을 낼 것이다. 늘 동참을 학수고대할 뿐입니다.


□ 조상열 대표는 누구?

▲조상열 대통문화재단 대표는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에 대한 공부를 위해 대동문화를 창립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나름 큰 단체로 성장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나는 내놓을 만한 이력이 없다. 28년 전 당시 거창한 뜻이 있어 단체를 창립한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에 관심은 많은데 너무나 무지해서 공부하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어려서 불우한 환경 탓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초등학교를 졸업 후 직장생활을 전전하다가 공부가 하고파서 한문학원에 다녔다.

앞서 이야기한 오지호 화백을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고, 이때부터 한문과, 검정고시로 중·고등 과정을 마쳤다. 1985년 호남대학교를 졸업, 이후 46살에 전주 우석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대 초반부터 한문강사를 하면서 후배 제자들과 1995년 6월 현장 학습 차 담양, 화순 등의 누정을 찾아 답사를 하면서 답사전문단체인 대동문화연구회가 태동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입담이 있어 답사 전문가로 평이 나면서, 대기업체 사원 연수와 특강을 하면서 소문이 났고, 대동문화재단도 큰 도움이 되었다.

대동문화재단을 창립 이래 운영하고 있는 CEO로서 지금은 전국에서 강의와 답사연수단, 유튜브 운영 등을 통해 우리 역사 문화를 알리고 있는 '전통문화지킴이' 살아가고 있다. 저서로 <문화유산 바로보기>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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