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故 정주영 회장이 직접 찾은 그 곳, 전남 고흥 '금세기민간정원'(1편)

작성 : 2024-04-20 09:00:01 수정 : 2024-04-22 16:12:42
김세기 선대 회장, 광활한 간척지 맨손으로 일궈내
축산·식품가공·제조업으로 계열화..'삽 한자루의 신화'
'갯벌의 탈바꿈'..꽃밭과 낙원으로
[전라도 돋보기]故 정주영 회장이 직접 찾은 그 곳, 전남 고흥 '금세기민간정원'(1편)

▲우석 홍보관에서 바라본 금세기정원 전경. 봄을 맞아 화초를 심고 있는 모습

전남 고흥은 전체 면적의 40%가 간척지 땅입니다.

1960~70년대 쌀 증산을 목적으로 바다를 메워 드넓은 농지를 조성했습니다.

동강면 장덕리 일대 죽암농장도 그 당시 간척지 중 한 곳입니다.

죽암농장은 故 김세기 선대 회장이 맨손으로 일군 대역사의 현장입니다.

김 회장은 경남 마산에서 쌀 장사를 시작으로 사업에 눈을 떴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농장을 설립하기 위해 정부의 허가를 얻어 고흥 죽암지구 간척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1966~1977년까지 12년에 걸쳐 모두 912ha를 매립해 새로운 농토를 만들었습니다.

◇ 리어카에 돌 실어와 물막이 공사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이 걸린 것은 오늘날처럼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없던 시절이라 인부들이 리어카에 돌을 실어와 물막이 공사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어 2차로 1984~1986년 남양면 장담리 일대 오도지구 간척지 120ha를 매립했습니다.

이때는 중장비를 이용해 쉽게 공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간척공사 당시 인부들이 리어카를 이용해 토사를 운반하는 장면 [죽암농장]

간척지 개발은 물막이 공사가 핵심입니다.

고흥은 보(洑)의 길이가 650m로 비교적 짧은 반면, 물살이 거세 토사의 절반이 유실되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김 회장은 궁리 끝에 폐선 바닥에 구멍을 뚫어 가라앉히는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그리고 이 방법을 적용해 난공사를 무난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소문을 들은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직접 죽암농장을 방문, 김세기 회장으로부터 이같은 노하우를 전수받아 서산간척지 개발에 활용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죽암농장을 방문한 당시 모습 [죽암농장]

이처럼 순조롭게 진행되던 간척사업은 1977년 자금난으로 일대 위기를 맞게 됩니다.

도수로 용지매수가 화근이었습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대출 받았는데 금리가 무려 23%에 달해 대출금 상환이 어렵게 됐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인천으로가서 석산을 개발해 돌을 납품하여 재개하게 되었으며, 이어 건설업으로 넓혀 나갔습니다.

◇ 김종욱 대표, 부친의 요청 받고 귀향

이 무렵 김종욱 대표가 선대 회장인 부친의 요청을 받고 1977년 10월 순천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당시 한국농어촌공사에 재직중이었습니다.

죽암농장은 1978년부터 저수지와 하천 인근 간척지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바다를 매립한 간척지라 하더라도 물이 충분하면 곧바로 농사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초록으로 물든 죽암농장 일대 전경 [죽암농장]

해를 거듭할수록 경작 면적은 넓어졌고 마침내 김세기 회장이 꿈꾸던 광활한 대농장이 완성됐습니다.

김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초원 위에 새로운 꿈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실은 죽암농장 외에 죽암건설, 죽암M&C, 죽암F&C, 금세기정원 등 모두 5개의 법인으로 실현됐습니다.

◇ 5개 법인 사업 계열화, 연 매출 1천억 원

세부적으로 죽암농장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연간 600t의 쌀을 도정해 '금세기쌀'이란 브랜드로 전국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쌀 재배로 나오는 볏짚 등 부산물을 사료로 한우 1,100여두를 사육하고 있습니다.

죽암F&C는 연간 4천t의 쌀을 가공해 떡국, 떡볶이떡 등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습니다.

▲죽암농장 계열 법인이 생산하는 필림과 농산물 가공식품

죽암M&C는 농기계·축산기계·필름생산 등으로 사업 계열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5개 법인의 연간 매출은 1천억 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가장 하이라이트는 금세기정원입니다.

40여 년의 긴 시간에 걸쳐 모습을 드러낸 땀의 결정체이기 때문입니다.

간척지와 축사 주변 빈 땅을 녹화하기 위해 한그루, 한그루 심은 것이 오늘날 전남도 민간정원 4호로 탄생한 것입니다.

어느 시인은 김세기 회장의 자서전 '삽 한자루의 신화'에서 김 회장의 업적을 이같이 노래했습니다.

수평선으로 누워 있던 바다가
지평선을 눕힌 대지가 되었더이다
반짝이는 잔물결 대신
곡식들이 꽃등을 달고 하늘 향해 손 흔드는
풍요와 행복의 가나안이 펼쳐졌더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이 되었더이다.

- '우석 김세기 회장님을 노래함'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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