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인협회가 '광주시문학' 통권 제35호를 발행했습니다.
그동안 연 1회 발간해 오다가 올해부터 상·하반기 2회 발행으로 전환해 회원의 작품 발표기회를 확대했습니다.
◇ 회원 작품, 풍성한 특집으로 꾸며이번 호는 회원 작품 뿐 아니라 풍성한 특집을 실어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고장 출신 작고시인 조명, 시창작 이론, 아동문학 창작이론 등을 실어 창작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특집으로는 강인한 시인의 '독자 없는 시대에 불통이 미덕인가', 허소미 평론가의 '범대순 시인 무등산론', 문주환 시조시인의 '지역 시문학의 형성과 통시적 연계성 성찰'을 수록했습니다.
강인한 시인은 인터넷 등 멀티미디어의 영향으로 시를 읽는 독자가 사라지는 현상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술회했습니다.
아울러 시가 지나치게 모더니즘으로 치달으면서 난해해지는 경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는 "아방가르드(avant-garde)에서 뒤처지지 않고자 하는 일부 신인들의 몸부림은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또한 "아무리 전위적인 현대라고 해도 무조건 분량이 짧은 글, 상상력으로 빚은 단편적인 허구에 모두 '시'라는 헐값의 딱지를 붙여줌이 과연 온당한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난해해지는 시 경향에 대해 우려허소미 평론가는 생전에 무등산을 사랑했던 고(故) 범대순 시인의 시 세계를 조명했습니다.
범대순 시인은 전남대 영문과 교수를 지냈으며 '흑인고수 루이의 북', '이방에서 노자를 읽다', '무등산' 등 16권의 시집을 남겼습니다.
특히 50년 동안 무등산을 무려 1,200회 오를 만큼 무등산과 일심동체를 이뤘습니다.
허소미 평론가는 범 시인의 시와 무등산의 이미지를 시원(詩源)의 관점에서 접점을 탐색했습니다.
"무등산은 시인에게 코카서스의 절벽 아래에서 끊임없이 바위 위로 올리면 굴러 내리고, 굴러 내린 바위를 다시 올리고 하는 시지프스의 고행의 장소"라고 비유했습니다.
또한 "산행이 바로 시가 되는 그의 글쓰기는 당연히 마조히즘적이며 '헛소리'이고 광기와 위선까지 즐기는 일종의 지적 장난으로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글쓰기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어 "시인은 자기 시의 헛소리를 헛소리만이 아니라 철학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어떤 진리도 처음에는 헛소리였다가 그게 어느 과정과 동기를 거쳐 진리가 된다는 것을 시의 행간에서 읽을 수 있다"고 평했습니다.
문주환 시조시인은 '지역 시문학의 형성'에 관해 "유배자들의 학문적, 예술적 영향이 남도인들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예술적 기질, 그리고 사회와 역사적 환경이 조우하여 예술지향적 경향을 띠게 되었다"며 유배문화의 유산이 지역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예술의 고장, 맛과 소리의 고장으로 일컬어지는 것도 세상의 권력과는 비켜 있는 소외 때문에 가능했으리라고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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