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겨 먹던 음식, 가격 때문에 머뭇거린 적 있으십니까?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국제적으로 물가 파동이 일고, 우리나라 역시 물가 급등으로 인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가 작년 동월 대비 6.7% 상승해, 7.1%가 올랐던 2008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4.2%로 크게 올랐는데, 그중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6.6% 상승한 치킨입니다.
-치킨 2만 원은 기본..서민음식? NO!
배달음식, 야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국민간식' 치킨.
리서치 회사 엠브레인이 올해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최근 6개월 이내 치킨 취식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치킨 취식 빈도 조사에 따르면, 주 1~2회 18.5%, 월 2~3회 42.5%, 월 1회 23.6% 등 평균적으로 월 2~3회 간격으로 치킨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간편하게 즐겨 먹는 치킨이지만, 가격이 오르고 배달료까지 더해지자 소비자들은 "더이상 서민음식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프랜차이즈 치킨집은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치킨 가격을 1,000~2,000원가량 올렸는데요.
BBQ의 황금 올리브후라이드치킨은 올해 5월 2일부터 18,000원에서 2,000원 올라 2만 원으로 인상됐으며 처갓집 양념치킨의 대표 메뉴 슈프림양념치킨은 올해 5월 16일부로 2만 1,000원이 됐습니다.
비프랜차이즈 치킨 또한 가격이 2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인데 저렴한 가격과 좋은 맛으로 인기 있는 시장통닭들도 대부분 가격을 올렸습니다.
한 커뮤니티에는 순살 치킨 세트에 사이드 메뉴 1개와 소스 1개, 배달료까지 하니 치킨 한 번 먹는데 4만 원이 넘어갔다며 배달 결제 페이지를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이에 '금치킨이다', '차라리 회를 먹겠다', '스테이크를 먹는 게 낫겠다' 등 비싼 치킨 가격을 풍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올 초 포장으로 10,900원 하던 치킨값이 14,900원으로 올랐다는 게시물에 '다른 곳은 2만 원이다', '요즘 외식물가가 장난 아니다', '안 오른 게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가격 올라도 힘든 건 여전..프랜차이즈 업주 속사정
치킨 가격 상승으로 프랜차이즈 업주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 나아질 것이라 보는 건 섣부른 판단입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이 모 씨(58)는 치킨값은 올랐지만 재료값도 같이 올라 현재는 타격도 없고 이득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함께 오른 치킨값이 매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또다른 업주 최 모 씨(60)는 이번 치킨값 인상이 오히려 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배달 수수료, 원자재값, 본사에서 가져가는 비용 등 모든 비용이 올라 힘든 상황 속에서 인상된 치킨값이 소비자들의 불만과 반감을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최 씨는 "현재 직원들 월급을 제때 주기도 힘든 상황이다"며 자신의 몫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배달과 함께 홀도 운영하는 50대 초반 정 모 씨는 기름값은 2배 가까이 올랐고 3년 전만 해도 6,700~6,800원 하던 마요네즈 가격은 15,000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며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고 말했습니다.
"비용을 절감할 부분이 인건비밖에 없어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이 그만두면 새로 구하지 않는다"며 새벽 3시에 퇴근해 오후 2시에 출근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치킨 가격이 비싸지면서 서민 음식이라는 이미지도 옅어지고 있습니다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없는 프랜차이즈 업주들의 입장에서는 본사의 가격 인상 발표에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주 김영조(62) 씨는 국민간식으로 여겨지던 치킨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게 느껴진다며 이번에 가격을 올린 것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식자재값이 오른 것에 비하면 치킨 가격이 1,000원 오른 것도 부족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크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단골마저 끊길까 걱정..개인 치킨집도 마찬가지
비프랜차이즈 치킨집의 상황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지역 유명 통닭집을 운영하는 방홍록 씨(70)는 10년 간 올리지 않았던 가격을 올해부터 1,000원씩 올려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방 씨는 배달을 하지 않는 탓에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지난 2년 동안 매출이 줄어 장사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물가 때문에 장사가 팍팍해졌다고 말합니다.
"손님들이 치킨 가격에 부담을 느낄까 봐 치킨값을 1,000원만 인상했는데 원재료값은 두세달 만에 3분의 1이 오른 것 같다. 장사 하지 말라는 건가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치킨 가격을 한 번에 대폭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원재료값 상승은 개인 치킨집 업주의 몫이 되어 결과적으로 이익이 줄어든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또 다른 통닭집을 운영하는 정동규(24) 씨는 5월 이후 원재료값이 20% 가량 오른 것 같다며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물가 상승의 여파로 올리게 된 가격 탓에 매출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치킨값을 2,000원 인상한 뒤로 "하루에 적어도 3~4분은 가게에 들렀다가 가격 때문에 안 사고 다시 나가신다"며 손님들의 발걸음이 확실히 줄었다고 우려했습니다.
비싸진 치킨값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치킨 소비를 줄이게 되는 상황에 자영업자들은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프랜차이즈보다도 단골 손님 확보가 중요한 개인 치킨집의 특성상 가격 인상으로 인해 단골마저 끊길까 우려하는 업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양서은 인턴기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조민주 인턴기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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