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캠퍼스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제막되면서 학내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영남대학교는 개교 77주년인 지난 23일 교내 천마아너스파크 광장에 2.5m 크기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습니다.
동상 하단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란 문구 대신 '영남대학교 설립자 박정희 선생'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동상 제작에는 약 4억 원의 비용이 들었으며, 영남대 졸업생 출신의 동문 1명이 개인 돈으로 동상 설치 비용 전액을 기부했습니다.
이날 제막식에는 학내 외 인사들이 참여했으며, 최외출 영남대 총장은 "민족중흥의 동량을 양성하기 위해 영남대를 설립하신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 제막식을 개교 77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에 진행하게 돼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재학생과 동문들을 중심으로 '박정희 동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영남대 총학생회는 동상 설립 과정에 학생들과의 소통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자체 찬반 투표에서도 동상 건립에 반대한 의견이 80%라고 밝혔습니다.
재학생들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글을 남겨 동산 건립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주로 내비쳤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영남대 설립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형근 영남대 민주동우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학을 설립하지도 않은 친일 반민족적인 사람의 동상을 교육기관에 세우는 게 맞는 일이냐"고 말했습니다.
영남대는 해방 직후인 1947년 경주 최부자로 불리는 독립운동가 최준 선생이 선산과 집 등을 팔아 설립한 대구대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올해를 개교 77주년으로 보는 것도 대구대학의 설립연도를 대학 역사의 시작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대구대학은 이후 1950년 세워진 전국 최초의 야간대학 청구대학과 통합했습니다.
1960년 재정난에 빠진 뒤 5.16 군사정변을 거쳐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갔다가 다시 1967년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영남대라는 새 교명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됐습니다.
1980년부터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와 이사장을 맡았다가 1988년 학내 비리 사건이 터져 대학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민주동문회 측은 학내 외 단체들과 이번 동상 제막 건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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