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전주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김지연 씨.
김 작가는 지역적이면서 사회성 짙은 주제를 즐겨 다루고 있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 쇠락해가는 것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앵글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1948년 광주에서 출생한 작가는 1970년대에 드라마센터(현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공부하다가 그만뒀고, 1980년대 말 한국방송통신대 영어과를 졸업했습니다.
한참 세월이 흘러 쉰 살이 넘은 늦은 나이에 사진작가로 데뷔했습니다.
사진은 늦은 나이에 시작하기에 적합한 매체일 뿐 아니라 철학이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사진은 기억의 전달자인 동시에 개념을 통해서 사회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 2017년 택배기사 노동 현실 '조명'김 작가가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동시대에 대두된 문제점, 즉 소득 격차, 필요 이상의 재건축,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2006년 전북 진안에 근대유산의 문화 재생산의 첫 사례인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를 열었습니다.
이어 2013년 전주 서학동에 문화공간 '서학동사진미술관'을 개관해 지역문화 확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02년 '정미소'를 시작으로 '낡은방', '근대화상회', '삼천원의 식사', '자영업자' 등 모두 15차례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또한 기획전시로는 계남정미소와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계남마을 사람들'을 비롯해 '전라북도 근대학교 100년사', '용담 위로 나는 새', '시어머니 보따리', '도마','꽃시절', '택배' 등 30여 차례 개최했습니다.
그간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는 2017년 택배기사들의 살인적인 노동의 문제점을 다룬 택배기획전입니다.
언론에서 이슈화되기 전부터 이들의 현실을 눈여겨 보게 되어 1년 동안 받은 택배물 박스를 보관했습니다.
자주 오는 택배기사 이름과 택배가 시작되는 물류 과정과 인터넷 기사 댓글을 캡처한 다양한 모습을 사진과 설치로 보여준 전시로서, 언론보다 한발 앞서 주목한 것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 남광주역·광주극장·영산강 사진 촬영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광주·전남 지역에 대해서도 애정을 가지고 촉각을 곤두세우며 굵직한 주제를 앵글에 담아냈습니다.
남광주역을 비롯 근대시기인 1935년 개관한 광주극장, 그리고 그녀의 유년시절 추억이 어린 영산강이 그 대상입니다.
먼저 남광주역은 근처 학동에 작가의 이모가 살아서 사촌형제들과 남광주역사에서 놀았던 기억이 뚜렷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광주 모 일간지에 남광주역이 2000년 8월에 철거된다는 기사를 보고 그것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남광주역 광장 도깨비시장을 촬영하기 위해서 거의 1년간 매일 전주에서 새벽 3시에 출발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이것이 첫 작품이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남광주역이 소멸되고 보니 새삼스럽게 의미있는 작업으로 생각됐습니다.
광주극장은 이곳에서 열린 전라도닷컴 연말 행사에 참석하게 돼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 후 차이밍량 감독의 '안녕 용문객잔'이란 영화를 보았는데, 사라질 오래된 극장을 주제로 한 영화여서 문득 광주극장이 떠올라서 김형수 상무의 허락을 받고 찍게 됐습니다.
전시 제목을 '안녕 광주극장'으로 할 것인지 '안녕하세요 광주극장'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안녕하세요'로 결정했습니다.
◇ 무의식 속에 영산강의 모진 물결이 넘실영산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김 작가가 영산강 지류인 광주천의 서창교 옆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세 살 때 인근 난산(서구 용두동)이란 동네로 이사를 해서 그 장소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열 살 때까지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집안이 망하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아버지가 중학교를 세웠고 4회 졸업생을 배출하고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된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 뒤로 작가의 가족은 광주에서 서울로 전전하며 힘든 생활을 보냈습니다.
김 작가의 마음속에는 늘 할머니가 함께 했습니다.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나 서학동사진미술관운영은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할머니와 함께 한 시간과 아버지의 DNA 때문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탯자리인 영산강의 모진 물결이 넘실거린다는 것을 60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어 영산강을 다시 찾게 된 것입니다.
◇ 공동체 가치를 높이는 일에 기여하고파현재 김 작가가 관심을 가지고 촬영 중인 대상은 금산 간디대안학교입니다.
명문대 출신 사회 지도자들의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대안학교'가 모든 공교육의 '대안'인지 알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교육은 자기 공동체를 아우르고 홀로 서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고 본다"며 "대안학교 촬영이 생각 이상으로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김지연 사진작가가 추구하는 사진예술 세계는 가급적 자신의 취향이나 성향을 배제하고 사실 그대로를 기록하고 전달해 공동체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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