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생명을 상생의 시선으로 바라본 '성찰의 시학'
인간의 실존과 생명 탐구에 몰두해 온 변재섭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사과다방』(시와사람刊)을 출간했습니다.
2008년 《문학바탕》 신인상, 2019년 계간 《시와사람》 신인상을 수상한 변 시인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정서적 사건들은 물론 자연을 대하면서 얻은 깨달음으로 성찰의 시학을 구축했습니다.
생명성을 모색하는 시편들은 생태학적 관점에서 모든 생명을 상생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실존 인식이 투사되어 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특히 돋보이는 탐색은 '말의 육체화'입니다.
온갖 미디어를 통해 거칠게 쏟아내는 안개나 수증기처럼 사라지는 말로 인해 소통이 어려워진 말의 신성성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변 시인의 시편들은 사라지지 않고 여운으로 남는 이른바 ‘말의 육체화’를 꾀하고 있어 관심을 끕니다.
성냥개비 하나 꺼내
불꽃을 일으켜
아궁이에 불을 댕긴다.
…
가슴 울리던 시절은 어느새
치마폭을 바람처럼 다 빠져나가고
몇 개비 남지 않은 터엉 빈 몸
축 늘어져 내린 뱃가죽에 불꽃이라니
도저히 가당치가 않아
…
이제, 마지막 불꽃이 피어나면
바싹 마른 인사와 함께
허울마저 불길로 날아갈 일만 남았다.
- '성냥' 中
이 작품에서 '성냥개비'는 어머니의 모습과 오버랩됩니다.
'성냥개비'라는 생명이 불꽃을 피우며 소멸해 가는 과정을 훌륭한 삶을 살다가 사그라져 가는 모습으로 현현시켜 숭고한 생명성으로 승화시켰습니다.
강경호 시인은 시 해설에서 "변재섭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시적 새로움을 가열차게 작동하고 있다. 그동안 해왔던 시작법에서 말하는 방식의 새로움을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평했습니다.
한국문인협회 장성지부장, 한국가톨릭문인협회 회원이며, 인터넷신문 <뉴스토픽>에 '변재섭 시정(詩情)'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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