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가 자신의 작품 세계와 삶에 대해 설명하는 강연에 나섰습니다. 그는 특히 광주 5·18을 조명한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이유와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며 특별한 애정을 나타냈습니다.
한강 작가는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 참석해 1979년 광주에서 서울로 이사하기 전 8살 어린 한강이 쓴 시를 소개하며 자신의 삶과 소설의 집필 과정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12살 아버지의 서재에 꽂힌 광주 사진첩을 보며 "인간이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일 수 있는가 또 압도적 폭력의 반대편에 설 수 있는가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5·18을 기록한 사진첩은 유족들과 시민들이 비밀리에 제작해 유통한 책이었다"며 "당시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인간의 잔혹성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2012년 봄 삶을 껴안는 눈부시게 밝은 소설을 쓰려던 어느 날 그 의문이 떠올랐다"며 "오래전에 나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 신뢰를 잃었다. 어떻게 세계를 껴안을 수 있겠는가는 오직 글쓰기로만 꿰뚫고 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며 '소년이 온다' 집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 명사가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한강 작가는 첫 시집부터 단편 소설, 그리고 채식주의자부터 시작된 인간의 결백과 희망에 대한 의문을 담은 '바람이 분다' , '희랍어 시간' 등을 차례로 소개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앞으로 작품 활동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습니다.
그는 "완성의 시점들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라며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 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의미에 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장편소설을 쓰는 일에는 특별한 매혹이 있다"며 "완성까지 아무리 짧아도 1년, 길게는 7년까지 걸리는 장편소설은 내 개인적 삶의 상당한 기관들과 맞바꾸면 된다. 그 점이 나는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맞바꿔도 좋다고 결심할 만큼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 속으로 들어가 머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장편 소설을 쓸 때마다 나는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 산다"며 "그 질문들의 끝에 다다를 때 대답을 찾아낼 때가 아니라 그 소설을 완성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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