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어제 여수산단의 산재 피해자가 일용직과 하청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이 같은 사고가 잇따르고 잇지만 원청업체는 그 흔한 사과조차 없습니다.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3년째를 맞았지만 현장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경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달 초 여수산단 일용직 노동자 이모씨가 휴게실에서 쓸쓸히 숨졌지만 하청업체나 원청업체 책임자들은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 인터뷰 : 이씨 유족
- "(하청업체) 대표한테 전화를 드려서 왜 (장례식에) 안 오셨냐고, 이게 와야 되는 거 아니냐고..원청회사 (담당자) 성함을 좀 달라 전화번호하고 그러니까 거기하고는 전혀 상관없다는 식이고.."
'일하다가 죽지 않을 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
법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여수산단에서 사고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여수산단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고는 632건으로, 5년 전에 비하면 여전히 많은 수치입니다.
올해도 여수산단에서 노동자 3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치는 등 재해가 반복됐습니다.
▶ 인터뷰(☎) : 이철갑 / 조선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산재 사고에서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요. 작은 사고가 자꾸 일어나다 보면 그렇게 큰 폭발사고가 일어날까 봐 이제 그런 게 걱정되는 거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광주와 전남에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실제 처벌받은 사례는 없었습니다.
2년 전 8명의 사상자를 낸 여수산단 여천NCC 폭발사고는 광주·전남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첫 적용 사례로 주목받았지만 대표 2명 모두 혐의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됐습니다.
광양 현대스틸산업 노동자 사망 사고는 중처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지역 첫 사례였는데, 사업주는 예측하기 힘든 사고였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노동자가 사망한 금호티앤엘에선 사측이 유족에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 인터뷰 : 최관식 / 민주노총 여수시지부장
- "사람은 목숨을 잃는데 이 책임이 다 하청에 있다 보니까 원청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거죠. 실제 현장은 원청이 다 관리하고 책임지고 일도 맡기고 이러는 거잖아요."
원청이 안전 예방이나 피해 회복보다 처벌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의 자율 규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규제가 잘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안전사고 예방 교육과 정책을 강화하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를 엄벌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C 조경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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