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드러난 ‘화순적벽’ 옛 모습은 어땠을까

작성 : 2023-03-25 09:00:03 수정 : 2023-03-25 09:26:20
새파란 강물 위 뱃놀이 하는 유람선 유유히
협곡 아래 돌로 지은 도원암과 폭포수 장관
때 묻지 않은 원시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이
계속된 가뭄으로 광주시민의 식수원인 전남 화순 동복호 저수율이 20% 아래로 떨어지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감춰졌던 화순적벽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화순군 이서면 등 인근 7km에 걸쳐 화려한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화순적벽은 화순을 대표하는 유명한 절경으로 대한민국 명승 제112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적벽(赤壁)이라는 이름은 기묘사화로 동복에 유배된 신재 최산두 선생(1483~1536)이 우연히 이곳에 왔다가 소동파의 적벽부에 나오는 중국 양자강 연안 적벽에 버금간다 하여 붙여진 것입니다.

▲화순 적벽의 옛 모습, 배를 타며 구경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동복호 댐 건설로 물에 잠긴 적벽은 원래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오랫동안 출입이 제한됐습니다. 

이후 지난 2014년 30년 만에 개방돼 일부분만 볼 수 있었는데, 가뭄이 지속되면서 마침내 화순적벽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 1980년 화순군지에 실린 적벽의 모습


그렇다면 화순적벽의 옛 모습은 어땠을까 궁금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화순군지(1980년 발행)에는 수몰 전 사진과 함께 적벽의 아름다운 절경을 그림 그리듯 묘사해놓아 감탄을 자아냅니다. 

1980년 이전에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보면 한 여름 신록이 우거진 적벽 아래로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흰 모래 백사장이 운치를 더합니다. 

그리고 행락객을 가득 태운 유람선이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한산사 법당 도원암(道源庵) 모습, 고시 합격 등을 기원하러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은 곳

화순군에서 제공한 1972년에 촬영된 사진을 보면 적벽 아래 돌로 지은 한산사 법당인 도원암(道源庵)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또 다른 사진은 자그마한 미륵불(彌勒佛)과 안심굴(安心窟) 속에 칠성당을 모신 앙두각(仰斗閣)이 있고, 15m 높이의 가느다란 폭포와 그 곁에 약수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한산사 관리인의 집

사진속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건물은 도원암에 소원을 빌러온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간 가옥이었다고 합니다.

화순 도곡 출신 손형섭 시인(80)은 “화순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가는 곳이 적벽이었다”며 “학창 시절 화순읍에 나가 하루 두 번 다니는 버스를 타고 물놀이 하러 갔던 기억이 새롭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강물이 새파랗게 맑았고 주변 풍광이 때 묻지 않은 원시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다”고 손 시인은 말했습니다.

한편, 동복호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출입이 제한돼 있어 가장 크고 웅장한 노루목적벽(장항적벽)과 보산적벽은 정식투어를 신청해야 관람이 가능합니다. 

관광 신청은 화순군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동복호 상류에 있는 창랑적벽과 물염적벽은 도로변 전망대에서 볼 수 있습니다.

◇화순군지 명승편에 기술된 화순 적벽 

“화순읍으로부터 21㎞ 지점인 이서면 장항리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구룡(九龍)이 굼실거리듯 천책(天冊)을 이룬 옹성산(甕城山)의 서록(西麓)이 천척단애(千尺斷崖)의 붉은 암벽을 이루고 암벽 아래로 백아산에서 발원한 창랑천이 무등산에서 발원한 영신천이 합류하여 태고의 절벽을 삼키면서 유유히 흐르고 있다. 수백 평의 병풍을 펴놓은 듯 반공(半空)에 솟구쳐 수직으로 펼쳐진 백장의 검붉은 절벽과 한폭의 푸른 비단을 깔아놓은 듯 잔잔하게 흐르는 맑고 푸른 강물, 수색과 산광이 서로 교영(交影)하여 한폭의 동양화를 그려놓고 있는 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경관은 천옹(天翁)의 조화에 새삼 경탄을 불금(不禁)케 하는 천하의 명승지 지상의 절경으로 저 유명한 소동파의 적벽부 속에 나오는 중국 황주 양자강 연안에 있는 적벽을 훨씬 능가하는 곳이다.” 

<신적벽부-이정룡> 

옹성산 칠봉(七峯) 서녘
기슭에 이끼 서린
수직의 절규-

구름따라 흐르는
달천강 굽이 돌아
그 이름
적벽동천(赤壁洞天)

반공(半空)에 아아라이 떠 오른다
안심굴(安心窟) 그늘
칠성(七星)님 앙두각(仰斗閣)은
조는 듯 말이 없고
하늘 아래 딩구는 구슬
소리치는 옥락수(玉落水)여

화석(化石)의 망미 도원암(望美道源庵)
먼 산을 지켜보고
어디선가
으늑한 송경(誦經)
솔 바람 소리 태허(太虛)를 일깨우는데

내마음 붉은 노을에 실려
서역(西域)으로 덩굴진 양이면
애오라지 타오르는 가슴이어라
애오라지 얼 비치는 거울이어라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