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노동자가 장학금을 주는 대학이 있다?
시민들의 모금으로 세워진 대한민국 유일의 민립대학, 조선대학교다.
'찬바람이 싸늘하게 옷깃을 스치면~'
춥고 시린 가을의 캠퍼스.
폐지에 낙엽까지 수북이 쌓인 쓰레기가 어깨를 짓누르지만 청소 노동자들은 덤덤히 그 무게를 감당한다.
청소를 하며 모아진 재활용품을 판매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돌려줄 수 있어서다.
2018년부터 시작된 기부가 올해로 벌써 3번째.
누적 금액만 6천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 장학금, 어떻게 조성됐을까?
▶ 김은경 / 조선대 청소 노동자
"저희가 청소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 이렇게 우리가 재활용할 수 있는 그런 폐지나 박스 알루미늄 캔 등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그거를 재활용할 수 있는 그런 품목들을 간추려서 저희가 재활용 창고에 모아서 그게 이제 재활용 창고에 어느 정도 이제 이렇게 차게 되면 재활용 업체를 불러서 그거를 판매한 수익금의 일부를 매달 적립해 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용역업체 소속인 청소 노동자들.
때문에 부당한 처우 등으로 갈등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조선대 청소 노동자들은 오히려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하는데.
▶ 김은경 / 조선대 청소 노동자
"저희가 노동조합이 설립이 되고 나서 근무 조건이 그 전후가 완전히 이 엄청난 변화가 생기면서 저희가 이렇게 학교에 우리 우리도 한 구성원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이 학교에 저희도 어떤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을 하다가 그리고 장학금을 기탁하자는 이제 제안이 나왔었고 2025년부터 지금 올해까지 해서 3회에 걸쳐서"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보다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이들.
▶ 김은경 / 조선대 청소 노동자
"요즘 같은 데는 특히나 태블릿이나 이런 게 굉장히 거의 필수품이잖아요. 애들 공부하는 데 있어서 근데 이제 그런 것도 본인들이 이제 우리가 그 작은 거지만 그런 것도 구매할 수 있는 어떤 그런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서 애들이 뭐 자기 꿈을 접지 않고 꿈을 향해서 계속 정진해 갈 수 있는 우리의 작은 이 정성들이 아이들이 그렇게 이용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이 매달 적게는 몇 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씩 모은 장학금으로 만들진 이른바 '민들레' 장학금.
어느새 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만 60명에 이른다.
▶ 김예원 / 민들레장학금 2회 수여 학생
"그때 장학금으로 노트북을 샀었고요. 코로나 시대여서 집에서 하는 게 많았는데 그걸로 해외 인턴 같은 것도 온라인으로 좀 진행을 했었고 과제나 이런 것도 열심히 해서 이제 수석으로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성금으로 조성된 민들레 장학금, 학생들에게도 남다르게 다가온다.
▶ 전예린 / 민들레장학금 3회 수여 학생
"생각지도 못했는데 학과실에서 민들레 장학금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정말 신나고 행복했습니다. 민들레 장학금의 탄생 배경을 알고 난 후에는 이 장학금이 뜻깊은 장학금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더욱더 감동을 받았습니다."
"민들레 장학금이 이제 조선대학교 환경미화원 선생님들께서 깡통이나 폐지 같은 재활용품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학생들한테 기부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거를 1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고요. 이렇게 3년 주기로라도 지속적으로 해주시는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상황이 힘들고 또 학업을 지속해 나가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서 장학금 지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선한 영향력이 퍼지길 바란다는 청소 노동자들.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춥고 시린 이 계절.
캠퍼스에 난로가 되고 있다.
(기획·촬영 : 전준상 / 취재 : 고영민 / 내레이션·편집 : 이지윤 / 제작 : KBC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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