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계좌에 거액이 예치됐다는 사기성 이메일을 믿고 마약 운반에 연루된 50대 여성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10일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마약 혐의로 기소된 51살 여성 A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지난 3월, 자신의 명의로 해외 은행 계좌에 1천만 달러(한화 약 130억 원)가 예치되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발신인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자금 이체 서류에 서명하고, 캄보디아로 이동해 은행에 서류를 제출하면 자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돕는 대가로 지급액의 일부를 요구했습니다.
A씨는 과거 투자했을지도 모르는 가상화폐로 거액의 수익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A씨는 5월 4일 실제로 브라질을 방문해 서류 작업을 진행한 뒤 여행용 가방을 전달받아 캄보디아로 이동했습니다.
이후 이동하던 중 인천국제공항에서 세관에 의해 적발됐습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A씨의 마약 운반 첩보를 입수해 사전에 한국 세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사 결과, A씨의 가방에서는 코카인 5.7kg이 발견됐습니다.
A씨는 법정에서 "브라질에서 받은 여행용 가방에 코카인이 들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며 "마약을 밀수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전원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명백하게 신빙성이 떨어지는 제안을 받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해외로 나갔다"며 "여러 정황을 보면 여행용 가방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국내에 반입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에게 처음 메일을 보낸 인물이 자신의 여권 사본과 함께 위조한 문서를 함께 첨부했다"며 "이런 사기행위에 속을 사람이 전혀 없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은 '해외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PDF 파일에 서명해서 서류를 보내면 안 되느냐'고 상대방에게 묻는 등 사기라고 생각했다면 하지 않을 말과 행동도 했다"며 "'투자한 가상화폐가 거액의 수익을 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피고인 주장도 (무작정)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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