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주가조작 주포, 검찰선 "김건희 몰랐을 것"이라더니 특검선 "알았을 것" 번복

작성 : 2025-12-07 13:30:02
▲ 지난달 20일 체포돼 조사실로 압송되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주포' 이 모 씨 [연합뉴스] 

최근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에 체포·구속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포 이 모 씨가 김건희 여사의 범행 인지 여부를 놓고 검찰과 특검에서 상반된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에선 '김 여사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특검에선 '알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것입니다.

이 씨는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에서 김 여사와 함께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이 씨와 김 여사의 공모 여부와 함께 당시 이 씨가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경위까지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됩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씨는 최근 특검 조사에서 2010년 10월 28일·11월 1일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가 동원된 통정매매에 대해 "김 여사가 연루됐을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주가조작 일당이 문자를 주고받은 지 7초 만에 매도 주문이 나온 것으로 드러나 '7초 매매' 논란이 불거진 거래들입니다.

이 씨는 2010년 11월부터 진행된 김 여사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매도 내역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두 증권사 계좌는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2012년 12월) 시세조종에 쓰였습니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는지는 유무죄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꼽힙니다.

특검팀도 결심공판 직전까지 이 씨를 연달아 조사해 해당 내용이 담긴 진술조서를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이 씨가 과거 서울중앙지검에서 같은 사건으로 조사받았을 때는 결이 다른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검찰이 1차 작전 시기(2009년 12월∼2010년 9월) 주포 이정필 씨가 기획한 시세조종에 대해 김 여사의 인지 여부를 추궁하자 이 씨는 "김건희는 피해를 본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씨는 "김건희가 이정필의 주가관리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저희 바닥의 일반적 기준을 말씀드리면 일임받은 계좌주한테 거래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다"며 "김건희는 통정매매인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지난 8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는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검찰은 작년 10월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며 이 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주요 근거로 언급했습니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그달 17일 브리핑에서 "김건희는 그냥 상장사 대표인 권오수의 말을 믿고 매수하려는 것 같았다"(1차 주포 이정필 씨), "권오수가 뭘 부탁하면 김건희는 따지지 않고 들어주는 사이로 생각했다", "권오수가 팔아라 하면 팔았을 것"(공범 민 모 씨), "김건희는 주식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고 주변 얘기나 소문 같은 것을 듣고 사달라고 하는 정도 수준"(증권사 직원) 등 관련자의 진술을 소개했습니다.

김 여사의 혐의점에 대해 특검팀과 검찰과 상반된 결론을 내린 배경에는 이 씨 등 관련자들의 이전과 다른 취지로 진술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팀이 이 씨로부터 유리한 진술을 받아내도록 수사 과정에서 관련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특검팀은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대해 여러 차례 격의 없이 상의했다며 이 씨가 주가조작에 깊이 관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전체적 윤곽을 알고 있었던 인물이라는 취지입니다.

특검팀은 지난달 김 여사의 재판에선 두 사람이 2012년 10월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김 여사와 이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정황으로 읽혀 주목받았습니다.

반면 김 여사 측은 특검팀이 이 씨로부터 추정적 진술을 유도해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을 억지로 입증하려 한다는 입장입니다.

변호인단은 결심공판에서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 계좌 거래의 주포는 이 씨가 아닌 다른 사람인 만큼 그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일을 추정적으로 짐작한 것일 뿐이라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이 씨는 특검이 추궁한 계좌가 동원된 2차 작전 시기가 아니라 1차 작전 시기 김 여사의 DB증권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검팀은 이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여부뿐 아니라 그에 대한 검찰의 처분이 적절했는지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수사하면서 김 여사에 대해 봐주기식 결론을 내렸다는 의혹을 규명하려 전담 수사팀을 꾸린 상태입니다.
 
▲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한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특검팀은 이 씨가 처음에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몰랐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경위가 석연찮다고 보고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씨가 처음 수사선상에 오른 건 2021년으로, 중앙지검이 피의자로 입건했으나 2021년 한 차례 조사 이후 이 씨가 모습을 감추자 일단 그에 대한 기소를 중지했습니다.

중앙지검은 2022년 소재를 찾아 수사를 재개했으나 이 씨에 대해 따로 처분을 내리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김 여사를 불기소하면서 수사를 종료했습니다.

김 여사 사건을 맡은 재판부도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수사 재개 이후에도 이 씨를 기소하지 않은 경위에 의문을 표했습니다.

특검팀은 재판부가 이에 대해 묻자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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