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군 작은 섬 당사도.
눈앞에 압해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서 있지만, 당사도는 여객선을 타야만 갈 수 있는 곳입니다.
필자는 압해도에 사는 시인 K와 함께 당사도 여행에 나섰습니다.
40대 후반에 제대로 된 시 한 편 써볼 요량으로 섬에 들어온 K는 오로지 문학을 푯대 삼아 갯내음을 맡으며 홀로 살아온 지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외로움과 방랑 끼가 풀풀 나는 섬 사내가 됐습니다.
◇ 압해도에 사는 시인 K와 함께 여행K와 함께 압해도 송공항에 도착해 매표소에서 당사도 선표를 끊었습니다.
잠시 여유가 있어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날은 잦은 비와 흐린 날씨 사이에 오랜만에 햇살이 쏟아지는 맑게 갠 날이었습니다.
바다 멀리 삼학도와 유달산이 흐릿하게 시야에 들어옵니다.
K가 어슴프레 떠있는 섬을 하나씩 가리키며 자신의 추억담을 들려줍니다.
시간이 되어 여객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약간 바람이 불었지만 양호한 날씨였습니다.
배가 출항한 지 25분 만에 금세 당사도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여느 육지 시골과 마찬가지로 야산과 들판으로 둘러싸여 있는 섬은 생각보다 크고 넓었습니다.
섬에 두 개의 당집이 있었고 모래가 많아 당사도라 부르게 됐다고 전해옵니다.
◇ 애기섬들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마을로 들어서다 마주친 주민에게 "이곳에 사는 섬 주민이 몇 명이나 될까요"라고 물으니 "80여 명 쯤 된다"고 일러줍니다.
산자락을 따라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군데군데 빈집도 보입니다.
좁은 마을 길을 따라 100여m 들어가니 마을 중앙이 나옵니다.
보건진료소와 마을회관, 노인정, 교회 등 커뮤니티센터가 몰려 있습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바닷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부두가 보이고 방파제 안으로 작은 고깃배들이 밧줄에 매인 채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K와 함께 부두에 걸터앉아 넘실대는 바닷물을 바라보며 잠시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점점이 떠 있는 애기섬들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장면이 한 폭의 그림처럼 정겹습니다.
◇ 수산물 육지로 옮겨 가공, 사람 구경 쉽지 않아섬 주변에는 아기자기한 모래사장이 군데군데 형성돼 있습니다.
귀퉁이에는 바닷물에 떠내려온 온갖 부유물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마을 안에서 사람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마도 밭에서 일을 하거나 가까운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느라 마을을 벗어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이따금 소형트럭과 오토바이를 탄 주민들이 섬 주변 도로를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민에게 "이 섬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몇 명이나 있느냐"고 물으니 "코로나 이전에는 20명 넘게 있었으나 지금은 7~8명 가량이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섬 주민들은 김 양식과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간다고 합니다.
◇ 초등학교 폐교된 채 다목적센터로 바뀌어
그러나 섬은 어쩐지 활력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분교는 폐교된 채 다목적센터로 바뀌었습니다.
커다란 공장이 몇 군데 있으나 오래전에 가동을 중단한 듯 굳게 닫혀있고 창고건물들도 대부분 비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수확한 수산물을 직접 가공을 했으나 지금은 곧장 뭍으로 싣고 나가서 처리한다"고 그 주민이 설명합니다.
당사도 투어를 마친 후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여행 감상이 섬에 오기 전과 사뭇 대조적입니다.
진주조개를 캐러 왔다가 빈 조개 껍질을 들여다 보듯, 마음이 텅 빈 느낌이었습니다.
부둣가에서 낚시꾼들이 낚시를 드리우고 앉아 있습니다.
K가 그들에게 다가가 "만조시에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으므로 다른 곳으로 옮겨보라"고 조언합니다.
그의 말이 뇌리에 여운처럼 물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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