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지금 제 뒤의 대규모 태양광 공사현장 보이시나요?
전국에 6곳 밖에 없는 구석기 국가사적, 순천월평유적을 둘러싼 산입니다.
산의 형상을 보면요, 마치 두 팔로 유적지를 감싸 안는 모습인데요.
이렇게 외부로부터 보호받는 자연환경 덕분에 문화재청은 국가사적 지정 당시 유적지의 "안정적인 입지 조건"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 산을 비롯해 주변 곳곳은 현재 태양광 시설이 조성되고 토목공사가 진행되는 등 계속해서 자연 환경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탐사보도 마지막 순서는 호남 고대사의 유적 보존 방안과 일본에 가린 역사적 의미를 회복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이준호 기잡니다.
【 기자 】
순천시가 지난 2005년 작성한 구석기유적 정비 계획서입니다.
기존 계획대로 정비가 잘 이뤄지고 있을까.
1천여 점의 구석기 유물이 출토된 순천 송광천입니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하천재해예방 토목공사가 진행돼 원래의 모습을 잃었습니다.
유적지를 감싸 안는 독특한 형태로 문화재청으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은 산도 훼손되긴 마찬가지.
5만㎡가 넘는 면적에 태양광 시설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 싱크 : 문화재청 보존정책과 관계자
- "(이 태양광 시설처럼) 법령적으로 500m 밖에 있는 정도에 대해서는 건축 규제나 개발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죠. 그 규제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지금 벅찬 부분이 있는데.."
구석기를 비롯해 호남 지역 고대 유적지의 훼손을 막을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 인터뷰 : 이기길 / 조선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 "자연환경과 더불어 제대로 보호가 될 때 가치가 빛날 수 있습니다. 학계 인사 이런 분들과 협의를 (하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 사례 별로 좋은 보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동안 연구가 더디게 진행된 호남 지역 고대 유적의 학술 조사도 더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 인터뷰 : 임영진 / 전남대 문화인류고고학과 교수
- "국가사적으로 지정이 되어야 국비지원을 받아서 지방자치단체가 큰 부담 없이 정비를 하게 되는데 (그러려면 지역의) 유적이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가 제대로 밝혀져야 해요"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한국과 일본학자들이 공동으로 노력하는 자세도 요구됩니다.
특히 지난 2010년 임나일본부설 용어를 공식 폐기하기도 했던 한일 역사연구공동위원회의 재출범이 필요합니다.
▶ 인터뷰 : 다카다 간타 /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교수
- "(한일) 연구자들 사이에서 가장 교류가 활발한 분야가 고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성과를 일본과 한국의 일반시민에게 공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와 가까이 있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채 방치되고 훼손되고 있는 호남의 고대 유적들,
역사적 재평가와 함께 보존 관리가 시급합니다.
kbc 이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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