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해 준 사례로 꼽힙니다.
다운증후군 장애인 정은혜 씨가 연기에 참여하여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정은혜 씨를 보며 내적 친밀감을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장애인의 모습을 자주 마주한다면 기존의 편견 또한 덜어내기 수월할 것입니다.
광주광역시에는 장애인의 직업재활을 돕는 '틔움직업재활센터'가 있습니다.
제빵실과 카페에는 발달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이, 세차장에는 청각장애인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보냅니다.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받고, 존중할 수 있는 주체로 살아가기도 합니다.
사회에 발을 디딘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터전 이야기를 담아왔습니다.
-빵 만드는 것이 나의 일, "보람차요"
오전 10시 10분, 제빵실의 손들이 바삐 움직입니다.
오전에 있는 단체 주문을 준비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투입됐습니다.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뇌병변, 자폐 스펙트럼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업무를 척척 능숙하게 처리하는 모습에서 장애로 인한 어려움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들은 2주간의 교육을 받고 근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교육 이후 아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되면, 다른 보호작업장이나 복지관과 연계해 추가 교육을 받습니다.
작업자들이 만든 빵은 카페에 진열되어 팔리는데, 마트나 편의점, 카페에 정기적으로 납품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빵 모양을 만지는 일을 담당하고 있는 정진우(31) 씨.
뇌전증으로 인한 발달장애를 갖고 있지만, 꼼꼼하고 차분한 일 처리 능력으로 중요 업무인 성형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원래 제빵에 관심이 많아 학교에서 배우기도 했던 정 씨는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습니다.
평일 8시 30분이면 출근해 기계를 조립하고, 재료를 준비하고 빵을 만드는 작업을 한 뒤 오후 3시 30분이면 퇴근합니다.
원래 말수가 적었던 정 씨는 "일을 시작한 뒤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 많이 있다 보니까 말을 많이 하게 됐다"며 이곳에서의 일이 즐겁다고 말합니다.
"(동료들과) 주로 장난치듯이 대화를 건네서 친해졌다"고 말하며 빵을 만드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전 다녀왔던 태국 여행이 너무 좋아서, 월급을 모아서 곧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계획도 소개했습니다.
-먼저 다가와 준 그들, 장애는 문제 되지 않아요
정진우 씨와 함께 빵 성형을 하고 있는 신선경(44) 씨는 비장애인입니다.
작년 2월부터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신 씨는 2년 선배인 정진우 씨에게 일을 배웠습니다.
"진우 씨는 일을 건성건성 하는 법이 없다. 그래서 나도 더 꼼꼼히 잘하려고 하게 된다"며 감탄했다고 밝혔습니다.
15년 동안 경력 단절 상태였던 신 씨는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을 때 걱정이 앞섰습니다.
제빵 업무도 처음인데다 장애인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선뜻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 일하는 장애인 동료들이 먼저 인사해 주고 반겨줘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도 깨졌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 동료들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정치든, 경제든 뉴스에 나오는 것에 관심도 많고, 또 기아팬이기도 한 친구가 어제 야구 경기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며 일상적인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들의 직장 생활은 여느 직장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일이 일찍 끝나면 좋아하고, 일이 많으면 힘들어하고, 본인만 일이 많다고 느껴질 때면 업무 조정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또, 센터에서 회식이 있는 날이면 삼겹살을 구워 먹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합니다.
직장이라는 사회에서 이들만의 룰에 따라 각자 적응하고 생활하고 있는 겁니다.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장애인들과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는 직업훈련교사 홍태경(31) 씨는 "그들은 우리와 다를 게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사람도 성격 좋은 사람이 있고 성격이 급한 사람도 있고 소심한 사람도 있고 예민한 사람도 있잖아요. 장애인들도 다 똑같아요."라고 설명하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씌워진 부정적 프레임에 안타까워했습니다.
또 "키가 좀 작은 친구고 말이 조금 느린 친구고 이해력이 조금 부족한 친구 정도만 생각을 해도 크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며 우리 사회에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는 장애인에게 새롭게 일을 교육할 때도 "개개인의 특성이 있어 적응하는 문제지 어려운 점은 없었다"며 한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들은 작업장에서 교과서가 된다고 합니다.
기억력이 굉장히 좋고 물건을 가지런히 놓는 등 천재성을 갖기도 하는데 이는 제과제빵 직업 특성상 포장같이 일정 틀에 맞춰 작업해야 하는 업무에서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1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며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지켜본 그는 "더 기회가 적은 인생에서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틔움직업재활센터의 대표 안병규 씨는 "옛날에는 장애인 자식을 집에 가둬두고 키우는 부모님들도 많았다"고 회상했습니다.
10년 전과는 달리 이젠 자식들을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부모님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살아갈 수 있는 터전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안 대표는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못 매던 앞치마를 맬 수 있게 되거나 어려워하던 제빵 작업을 해내거나 웃음이 많아지는 등 의미 있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가까이서 확인하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습니다.
편견 어린 시선을 거둘수록 장애인들이 한 발자국씩 나아갈 세상은 늘어날 것입니다.
길을 걷다 보게 된 장애인에게 나도 모르게 시선을 뒀던 이유는 그만큼 사회에서 장애인을 자주 마주칠 일이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비장애인의 세상과 장애인의 세상을 나눈 것은 우리가 아닐까요?
양서은 인턴기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조민주 인턴기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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