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촬영 문제로 별거 중인 아내를 비롯해 처가 식구들과 몸싸움하는 등 3세 어린 딸에게 가정폭력 상황을 노출한 40대 아빠에게 법원이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살 A씨에게 벌금 5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5월 별거 중이던 아내 B씨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딸의 친권자·양육자가 아내 B씨로 지정돼 한 달에 두 차례 딸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세 살 딸을 만나 인근 공원에 놀러 가려는데, 궂은 날씨를 이유로 아내가 반대하면서 말다툼했고 A씨는 이 상황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영상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A씨의 아내 B씨가 '찍지 마'라며 소리치자 함께 사는 처제는 휴대전화를 빼앗기 위해 형부인 A씨를 밀어 넘어뜨렸고 B씨는 남편 A씨의 얼굴에 소금을 뿌렸습니다.
장모 역시 합세해 사위의 몸과 팔을 밀고 잡아당기며 공동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아내 B씨는 '남편이 아이 앞에서 나를 때린다', A씨 역시 '배우자가 주먹으로 때리고 소금을 던진다'고 각각 112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고 이를 지켜보며 불안하던 딸은 엄마에게 안기며 '그만'이라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결국 A씨와 아내 B씨를 비롯해 처제와 장모 등 4명은 서로 뒤엉켜 몸싸움한 가정폭력 상황을 어린 딸에게 노출해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각각 약식 기소됐습니다.
A씨를 폭행한 혐의까지 더해진 아내와 처가 식구들은 벌금 150만∼200만 원의 약식명령이 그대로 확정됐지만, A씨는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A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딸을 만나고 있었을 뿐 영상 촬영으로 갈등이 시작됐다고 볼 수 없고, 갈등 상황 속에서 피해 아동에게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하는 등 구체적인 보호 노력을 한 만큼 정서적 학대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김 부장판사는 "갈등의 시작이 된 휴대전화 촬영을 그만두거나 집을 나가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 아동을 불안하게 만드는 행위를 중단할 수 있었다"며 "피해 아동을 분리하지 않은 채 계속 촬영해 갈등을 악화한 점도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피고인 역시 딸의 정서적 학대에 일조했다"며 "다만 경위에 참작할 사유가 있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행위이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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