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이라는 젊은 승려의 하룻밤 꿈을 파란만장하게 풀어나간 <구운몽>.
그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그린 민화, '고사도'입니다.
화려하게 단장한 팔선녀의 미묘한 표정이 눈에 띄는데요.
팔선녀가 소박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또 다른 <구운몽도>는 그 그림체로 보아 다른 작가의 작품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주로 조선시대 서민 계층에서 유행했던 이야기나 생활상을 담은 민화인데요.
작가의 이름 없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박재상 / 학예연구사
- "(민화는) 우리의 가까운 이야기들 우리의 예절이라든지 우리 생활에 필요한 부분들을 그림으로 작품으로 표현하는데요. 표현 방식들이 굉장히 창조적이었습니다."
'효제충신 예의염치'라는 유교 이념이 글자와 그림으로 한 몸이 된 '문자도'엔 지역별 특색이 담겼는데요.
가장 독특하게 변형된 작품은 <제주문자도>입니다.
제주도의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죠?
이번 <판타지아 조선>전에서 눈여겨 볼만 한 건 현대미술에 버금가는 민화 속 표현 기법입니다.
추상화처럼 면을 분할하고 재배치 한 <책거리>가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또 다른 <책거리>는 역 원근법을 사용해 보기에 어색할 법 하지만, 다양한 색채를 활용한 화려함을 뽐냅니다.
▶ 인터뷰 : 윤설희 / 광주광역시 남구
- "(민화가) 생각보다 수준이 굉장히 높고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보니까 19세기로 타임머신 타고 온 것처럼 이 시대의 이야기를 들어서 좋았고요"
우리에게 익숙한 민화인 '까치와 호랑이'
선조들은 집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대문에 걸어두곤 했는데요.
까치가 올라서 있는 소나무를 살펴보면, 한지에 색을 입혀 붙인 '콜라주 기법'이 사용된 걸 알 수 있습니다.
20세기 초, 피카소가 즐겨 사용한 콜라주 기법이 19세기 초 조선시대 민화에서 발견된 건데요.
20여 년 동안 민화를 모아 온 김세종 컬렉터는 '민화가 정말 예술성 없는 저급한 그림인가' 라고 질문을 던지며, 조선 민화의 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했습니다.
김세종 컬렉터가 선별한 민화 작품 6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판타지아 조선>전은 다음달 10일까지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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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공연·전시 소식입니다.
- 자연을 닮은 색과 선으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자연 속에서 읽는 한 편의 그림> 전이 오는 28일까지 영산강문화관에서 열립니다.
- 실제 인체 표본 백여 종을 통해 우리 몸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인체의 신비> 광주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3월 3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 2019 청년작가 특별기획전, 조유나의
성숙해져 가는 작가의 내면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조형예술로 표현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행복한 문화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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