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⑤고향 사랑을 '시'로써 노래하는 강산에 시인
'광산(光山)의 자연과 인물 소재로 10년째 연작시 집필'
누구에게나 태어나서 자란 고향은 특별한 정감을 안겨줍니다. 그것은 인간은 생명체로서 자연환경에 의존하며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에 뛰놀던 산과 들녘, 그리고 바다와 강은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반겨줍니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도 고향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정겨운 기억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0년째 고향 사랑을 시로써 노래하는 팔순의 원로시인 강산에 시인(83. 본명 강성수).
강 시인은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예술대)를 졸업하고 1966년 김광섭의 추천으로 ‘자유문학’에 시로 등단했습니다.
젊은 시절에 전남 섬 지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필명 ‘강산에늘봄잔치’는 시인인 큰딸 ‘강산에꽃님아씨’가 지어준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어린 시절에 뛰놀던 고향 광산(光山)의 산과 들녘을 소재로 2천 편이 넘는 서사시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광주공항이 들어선 송정 도호리가 탯자리
1940년생인 그의 탯자리는 광주시 광산구 도호리, 처음 사람이 들어와 산 지 500년이 넘는 오래된 마을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광주공항과 군공항이 들어서 있습니다.
1961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때 비행장 부지로 지정되는 바람에 졸지에 정든 터전을 내어주고 실향민이 되었습니다.
당시 강 시인은 서라벌예대 1학년에 재학 중이었습니다.
“그 때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오니까 우리 마을에 비행장이 건설될 것이란 얘기를 들었어요. 마을이 온통 뒤숭숭했지요. 그런데 일부 주민들이 일제 말기에 무안군 망운면 풍산리에 비행장을 건설했다는 소문을 듣고 정부에 무안에 비행장을 건설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안하자고 했어요. 그리고 주민대표 몇 명이 직접 현장답사를 가게 되었는데, 탄원서를 쓰려면 저도 함께 가야한다고 해서 다녀온 적이 있지요”라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강 시인은 “다녀온 후 정부에 송정 도호리에 비행장을 건설하기 보다는 망운면 풍산리에 건설하면 좋겠다는 청원서를 보냈으나 정부에서는 국가시책에 협조해 달라는 답변이 회신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도호리는 200 가구가 모여 살 정도로 큰 마을이었으며, 마을 앞으로는 영산강으로 흘러드는 큰 냇가가 있었다고 합니다.
물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방을 두 겹으로 쌓고 주변에는 당산나무와 포플러나무가 숲을 이룰 정도로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고 합니다.
이 마을에서 대대로 살아온 그의 집안은 진주 강씨 종가집으로 3만 평의 전답을 가진 대지주였습니다.
조부모까지 3대가 한 집에 살았는데, 아버지 형제가 8남매 대가족이고 여기에 머슴 3명을 둘 정도로 농사가 많았습니다.
당시로는 드물게 기와집에서 생활했는데 300년 전 고조 할아버지가 지은 한옥 6칸 접집(겹집)이었습니다.
이 집은 나중에 광산구 지죽동 새 보금자리로 이전할 때 고택을 그대로 옮겨와 현재도 안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죽동 자택 서재에서 필자와 대담을 나누는 강산에 시인. 사진:필자 촬영
부자집으로 이름난 강 시인의 집 사랑방에는 늘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광주와 나주 길목 중간에 위치해 남평, 노안을 오가는 길손들이 하룻밤 묵어가기도 하고 조부 지인들이 찾아와 며칠씩 머물다 가곤 했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거리낌 없이 드나드는 이 집에 일제강점기 국창으로 불리며 명성을 날린 임방울 선생이 소년 시절 한때 꼴머슴으로 지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임방울 선생의 생가는 도호리와 가까운 황룡리로 현재 광주공항 골프장이 들어선 자리로 알려졌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임방울 선생은 12세~14세까지 2년 남짓 우리 조부의 허락을 받고 도호리 사랑방에서 쇠죽을 끓이는 등 집안일을 도우며 머슴노릇을 하였다”고 강 시인은 말했습니다.
임방울 선생의 본명은 임승근(1904~1961)이지만 체구가 작고 귀여운 외모를 지녀 ‘방울이’라고 부른 게 나중에 예명으로 불려지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사랑방에는 조부가 틈틈이 시조창을 하면서 두드리던 북이 있었는데 임방울 선생은 조부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이 북을 두드리곤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북은 세월이 흐르면서 가죽이 찢어지고 낡았지만 지금도 강 시인이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방울 선생이 14세 되던 해 송정역 앞에 창극단이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창극단을 구경하곤 했는데 나중에는 허드렛일을 돕는 등 단원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임방울 선생 부친이 이러한 소질을 알아보고 구례 소리꾼에게 데려가 본격적인 소리 공부를 시켰다고 합니다.
◇농민신문에 ‘빛메고을’이란 제목으로 향토시 발표
도호리 마을이 공항 부지로 편입되자 그의 가족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마련해야 했는데 새 보금자리가 바로 현재의 지죽동 125번지입니다.
당시 이곳으로 이주지를 정한 것은 황룡강과 가까워 논에 쉽게 물을 댈 수 있는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택했다고 합니다.
현재 이곳은 평동공단 1번 도로 인접 지역으로 마을까지 공장들이 하나, 둘 비집고 들어서는 바람에 장차 공단배후 지역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16대손인 그는 이곳에서 결혼을 하고 2남 2녀를 낳아 현재는 모두 출가하고 혼자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당초 소유하던 전답은 1만 평이 넘었으나 그동안 절반을 팔고 현재는 5천 평의 전답을 경작하고 있습니다.
강 시인은 45년 전 농민신문에 광산(光山)의 순우리말인 ‘빛메고을’이란 제목으로 처음 향토시를 썼다고 합니다.
그리고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광산지역 소재만으로 애향시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2천 편이 넘는 시를 써서 모아놓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황룡강과 어등산을 노래한 시가 각각 200편이 넘고, 임방울 선생과 용아 박용철, 복룡산 등 광산의 인물, 자연, 역사를 주제로 연작시를 쓰고 있습니다.
“어등 삼백서른여덟 자락이/걸차게 펼친 너른 들녘//농가월령가로 절기 찾아/가을 밴 이산가족//서석평야 안고 어른/이백여 리 굽이친 곡우 물에//날던 백학 무리 깃 접어/외발 또아리 속 긴 부리 묻고//천년 이승을 둥긍게 사린/황룡과 극락 강물 꼬리//동곡 노평 두물머리에 밝힌 청사롱/영산 아들과 딸 드들이를 순산하였네”(‘빛메고을1’ 전문)
그는 “써놓은 원고를 광산구청의 지원으로 책으로 출간해 비매품으로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습니다.
◇세월호 사고 나자 팽목항에서 2개월간 자원봉사
또한 그는 왕건과 장화왕후의 애틋한 러브 스토리가 깃든 평동 희여재 고개에도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현재 희여재는 군 관할지역이어서 민간인 접근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강 시인은 “상무대가 이전할 때 함께 옮겨갔어야 하는데 남겨진 것이 못내 아쉽다”며 “광주시가 군 징발지 해제를 요구해 관광지로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강 시인은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가장 먼저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가 2개월가량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라면 등 구호품을 관리하고 유가족들의 세탁물을 수거하는 등 아픔을 함께 했습니다.
그때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팽목항에서 파발마로 띄운 편지’ 시집을 출간해 소월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프랑스 파리 여행 중 직지심체요절이 파리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보고 싶었으나 박물관 측의 비협조에 발길을 돌려야 했던 안타까운 심정을 읊은 ‘직지의 돛폭에 안긴 바람’으로 광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서라벌예대 졸업, 1966년 김광섭 추천으로 문단 등단
황룡강과 어등산, 용아 박용철 등 애향시 2천여 편 완성
조부가 임방울 선생과 인연, 소년 시절 두드리던 북 보관
“시집 출간해 비매품으로 광산구민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황룡강과 어등산, 용아 박용철 등 애향시 2천여 편 완성
조부가 임방울 선생과 인연, 소년 시절 두드리던 북 보관
“시집 출간해 비매품으로 광산구민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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