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작가 김인호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써온 시인이기도 합니다.
한전에 근무하면서 노보에 시를 발표하고 사내 현상문예공모에 입상할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추었습니다.
그래서 비록 기술직이지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홍보팀에서 근무하길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뜻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기술직과 일반직 간의 업무 구분이 엄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아쉬움을 그는 다음 카페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순천에 살면서 직장이 있는 하동을 오가면서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섬진강의 느낌을 시와 함께 사진에 담아 '섬진강 편지'라는 이름의 카페에 올렸습니다.
구붓하여 구순하다
강산이 스스로 그러하여
날 선 마음과 마음을 적신다
(시 지리산에서 섬진강을 보다 전문)
시집 『땅끝에서 온 편지』(1996), 『섬진강 편지』(2002)가 그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잉태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한전이 민영화를 위해 전력부문 구조개편에 따라 여러 개 발전 자회사로 분할되면서 한국남부발전으로 소속을 옮겨 근무하던 중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남부발전 홍보팀에서 그의 재능을 인정해 서울 본사로 불러들인 것입니다.
그는 사보를 제작하는 일을 담당했는데 얼마 후 대부분의 업무를 외주로 돌렸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직접 실무를 챙겨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사진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 한국남부발전 홍보팀에서 근무갑자기 외부인사가 방문해 기념촬영을 해야 하는 경우 외주업체를 부르면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므로 부득이 그가 카메라를 매고 나서야 했습니다.
그래서 사진촬영의 전문지식을 배우기 위해 한겨레문화센터에 등록해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진 촬영에 흥미를 느낀 김 작가는 주말이면 서울 근교 산을 두루 등반하며 야생화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퇴직을 앞두고 다시 내려온 그는 은퇴 후 안식할 수 있는 거처를 찾아 나섰습니다.
우선 직장이 있는 하동 쪽 시골집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귀촌 열풍이 휩쓸고 간 바람에 땅값이 천정부지여서 쉽사리 결정짓기 어려웠습니다.
그 무렵 묘하게 구례와 인연이 될려고 했는지 누군가가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습니다.
구례 '시(詩)동산'에 섬진강과 지리산 관련된 시비를 세워 놓았는데 김 작가의 시비 사진을 찍어서 보낸 것이었습니다.
◇ 구례와 인연 지리산 자락에 둥지그게 인연이 돼 구례를 둘러보니 하동에 비해 훨씬 땅값이 저렴했습니다.
직장과 다소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을 조금 투자하면 구례가 훨씬 낫겠다 싶어 정착하기로 마음 먹은 것입니다.
김 작가는 5년 전 퇴직 말년 건강검진에서 '폐암'이란 진단을 받고 잠시 시름에 잠긴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초기여서 걱정할 상황은 아니었으며 더욱이 지리산과 섬진강 가까이 살다보니 5년이 경과한 지금까지 건강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이 너는 좋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니 금방 좋아질 거야"라고 말하곤 해 "지리산과 섬진강이 큰 백처럼 나를 지켜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바위를 뚫고 자라는 바위솔이나 야생화를 보면 얼마나 생명이 소중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덕분에 그는 구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시와 사진을 찍으면서 퇴직 후의 삶을 활기차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 문화예술과 지역사회 문제 해결 앞장
김 작가는 지리산 야생화 등 생태계 보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과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2020년 여름 섬진강 범람으로 구례 시가지 전체가 물에 잠기는 상황이 발생하자 카메라를 들고 지인들과 함께 50일간 수해 현장을 발로 뛰었습니다.
긴박한 재난 현장을 시시각각 카메라에 담아 당국과 언론 등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복구작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사진 가운데 축사로 밀려드는 물을 피해 사성암으로 올라가는 소들의 장면을 찍은 것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 수해 현장 기록한 『나는 구례다』 발간이렇게 50일간 초토화된 삶의 터전을 앵글에 담아 이듬해 『나는 구례다』(시와에세이)라는 수해 사진집을 발간해 귀중한 기록물로 남겼습니다.
그는 또한 구례들꽃사진반 회원들과 함께 『구례의 들꽃』이란 야생화 사진집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150여 종의 들꽃 사진들이 계절별로 수록돼 있는데 장차 350여 종으로 늘려서 도감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이밖에 '지리산사람들'과 함께 지리산을 지키는 환경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인터넷신문 '지리산人' 편집장을 맡아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진은 구도(構圖)가 중요하다"며 "자신의 삶 역시나 구도(求道)의 여정이나 다름없다"고 시인다운 중의법으로 인터뷰를 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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