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광산문화원, '마을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 1·2권' 발간
황계(黃溪)는 나루터의 의미, 백양곡(白羊谷)은 원래 '잣골'
"지명은 선인들의 생활문화가 녹아 있는 '언어 문화재'"
황계(黃溪)는 나루터의 의미, 백양곡(白羊谷)은 원래 '잣골'
"지명은 선인들의 생활문화가 녹아 있는 '언어 문화재'"
광주광역시 광산문화원이 광산구 관내 자연마을 이름의 유래과 어원을 밝힌 '마을 이름의 유래를 찾아서 1·2권'을 2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했습니다.
이 방대한 작업을 끈기있게 갈무리한 이는 한 평생 지명연구에 매달려온 78살 조강봉 전 동강대 교수.
조 교수는 전남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지명학회고문, 구결학회 회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지명은 아주 오래 전부터 명명되고 불려왔기에 선인들의 생활과 문화, 그리고 지리와의 관련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지명은 언어로 이루어진 '언어 문화재'라고 불립니다.
◇ 여러 학문 융복합해 지명 유래 탐구
조 교수는 "지명의 유래와 어원을 연구해온 과정을 되돌아보면 어렸을 때 보았던 자연환경이 지명의 해독에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국어학을 중심으로 하면서 지리학, 역사학 등 인접 학문을 융복합해 지명에 대한 유래와 어원을 탐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풍수설이나 한자의 뜻풀이에 의존하는 방식과는 상이하면서도 차원 높은 풍성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설득력을 높여줍니다.
그 가운데 몇 가지 사례는 흥미로운 대목을 보여줍니다.
광산구 동곡에는 서호마을이 있는데 원래는 중국 4대 미인의 이름을 딴 서시(西施)마을이었습니다.
이는 평동천이 영산강에 합류하는 세 물줄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서(西)는 세(三)의 방언이고, 시(施)는 골짜기를 뜻하는 순우리말 '실'을 한자음을 빌어 표기한 것이라고 합니다.
서시(西施)는 중국 춘추시대 말기 월나라가 오나라 부차에게 보낸 여인으로 부차의 후궁이 되어 월나라가 오나라를 명망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던 여인입니다.
이 서시마을은 마을 앞에 큰 호수가 있어 오늘날 서호(西湖)마을로 바뀌었습니다.
◇ 분토마을 '옥녀'의 이야기 전해 와
서호마을 인근에 있는 분토마을 역시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광산향리지'에 따르면 분토(粉土)는 "마을의 동쪽에 외서시와 내서시가 있고, 서쪽에는 거문고등이 있는데 옥녀봉의 옥녀가 서시에서 세수를 하고 분토에서 분(紛)을 바르고 거문고등에서 거문고를 탔다하여 분토라 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광산구 남산동 황룡강과 평림천이 합수하는 드넓은 들판 가운데 황계(黃溪)마을이 있습니다.
용진산 자락에서 발원한 물이 황룡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시냇가이기에 황계(黃溪)로 불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황계(黃溪)의 황(黃)의 훈은 '누루다'입니다.
그리고 '누루-'는 모음이 교체되면 '나루'가 됩니다.
따라서 황계(黃溪)도 누런 시내라는 의미보다는 이곳에 나루터가 있었기에 불린 지명이 아닐까 한다고 조 교수는 추측했습니다.
광산구 도덕동에는 백양곡(白羊谷)이란 들판이 있는데 이는 '잣골'이었을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즉 백곡(栢谷)이었을 것인데 낙엽 교목인 백양목(白楊木)을 연상해 그렇게 표기했을 거라는 겁니다.
한편, 조 교수는 "본 연구가 정곡에서 벗어난 해독과 풀이가 있을지라도 바른 해독에 다가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여겼으면 한다"며 "선후배 제현들의 질정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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