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라는 말이 있습니다. 죽기 살기로 독서하고 공부하는 데만 열중하는 사람을 약간의 놀림조로 이르는 말입니다.
'간서치'(看書痴)라는 말도 있습니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입니다.
두 단어에는 글을 읽어 세상 일을 앉아서도 다 헤아리는 사람이라는 칭찬과 글만 읽어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라는 지청구의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중국의 시인 두보는 '무릇 남자는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여자는? 그리고 다섯 수레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분량일까요?
◇ 평범한 주부 독서모임 '글사랑 독서회'광주광역시 지역의 대표적인 공공도서관인 광주무등도서관에 둥지를 틀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범한 주부들이 주축을 이룬 독서모임 '글사랑 독서회'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글사랑 독서회' 모임은 6월에도 첫째 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회원 10여 명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이번에도 광주광역시 대표 도서관인 무등도서관 아메리칸 코너에 책벌레들이 모여 독서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날은 빌 브라이슨의 '바디-우리 몸 안내서'와 다니엘 튜더의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이 날 각기 준비한 독후감을 서로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친절한 몸 안내서인 '바디'에 등장하는 질병과 독서회원들이 지금 겪고 있는 질병을 대조해 가며 진지하게 토론했고, 존엄하게 죽음을 맞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야기꽃도 피웠습니다.
또 중년이 된 독서회 식구들과 독후담을 나누며 서로의 외로움과 대면하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회원들은 책을 덮고 더러는 귀가하고 더러는 식사에 자유롭게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 달에는 회원들이 '광주극장'에서 '라파엘로-예술의 군주'라는 예술 영화를 보고 토론을 했습니다. 이 영화도 책을 통해 먼저 만났습니다.
◇ 광주시립 무등도서관에서 32년 간 활동광주의 시립도서관으로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무등도서관은 1981년 개관했습니다.
'글사랑 독서회'(총무 김미라)는 1992년에 처음 생겼으니 햇수로 3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창립 멤버들은 이제 53세에서 80세까지 다양한 나이대가 됐고, 독서를 좋아하는 여성들이 굴곡 없이 독서회 모임에 참여해 왔습니다.
이곳 아메리카관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독서회는 매번 모임의 기록을 도서관 측에 제출하면 됩니다.
이들은 1년에 2번씩 춘추로 문학기행을 가고 좋은 미술작품을 감상하러 서울의 갤러리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문화유산 답사도 다녀왔고, 해외 독서 기행도 2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창립 멤버들이 고스란히 지금도 책을 읽고 있으니, 회원들은 32년 곱하기 1년에 24권을 읽었다면, 회원 개개인은 아무리 적어도 768권을 읽은 셈입니다.
이들은 성진기 전 전남대 명예교수와 3년 간 서양 철학사를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 문예 소식지 '글수다' 2호까지 발행
무등시립도서관에 둥지를 튼 문학, 독서, 동화 읽는 모임 등에서 '글수다'라는 제목으로 현재 2호까지 일종의 문예 소식지를 내고 있는데 여기에도 주축이 '글사랑 독서회' 식구들입니다.
매달 모임 때에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회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책을 고르고 함께 집에서 읽어옵니다.
책을 읽는 일 자체가 즐거워 독서회에서 인생을 함께 보내고 책을 매개로 긴 우정을 나눈 것입니다.
'책을 읽어야 책을 쓸 수 있다'는 점도 이 모임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에서 김미라(아동문학가), 정명희(수필가), 강혜연(수필가), 장선희(시인) 등이 등단해 문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시집이나 수필집을 내면 무등도서관의 서가에 꽂힌 회원들이 책을 보며 모두 축하를 해줍니다.
'글사랑 독서회'는 무등도서관뿐만 아니라 광주 도서관 독서 모임에서는 가장 오래됐습니다.
이 모임의 좌장격인 79세 문향선 수필가는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두 권의 책을 토론하고 있는데 책을 사랑하는 여성이면 누구나 문이 열려 있다"면서 "저희 독서회에서 독서를 통해 시인, 아동문학가 수필가도 나왔고 소설을 쓰기를 꿈꾸는 회원들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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