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광주광역시 광산구 첨단동 서라아파트에 사는 67살 박정선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파트 화단에 심어진 꽃들을 돌보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합니다.
100여 평 가량 화단에는 그가 심은 십여 종의 울긋불긋한 꽃들이 가득 들어차 화사한 색깔의 향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5월부터 꽃잎을 내민 봉숭아를 비롯 작약, 에키네시아, 수국, 수선화, 낮달맞이꽃, 사파이어세이지, 에린지움 등등 마치 잘 가꿔진 유럽 어느 정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올해는 삼색분꽃을 많이 심었는데 그 덕분에 꽃밭이 더욱 화려하게 물들었습니다.
아파트 주민자치위원장이기도 한 박정선 씨는 3년 전부터 자비를 들여 화단을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 3년 전부터 자비를 들여 화단 조성지은 지 30년이 다 된 오래된 아파트라 낡고 칙칙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여러 가지 궁리 끝에 화단을 조성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게릴라 정원'에서 힌트를 얻은 것입니다.
'게릴라 정원'은 영국에서 한 노인이 쓰레기가 널려있는 마을 공터에 꽃을 심었더니 쓰레기가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의 심성이 꽃처럼 환해졌다는 사례에서 비롯됐습니다.
박 씨는 첫해에는 화단 일부에 수국과 봉숭아를 소박하게 심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한 분이 옆 화단에 더 근사하고 정성스럽게 가꾸면서 경쟁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 다음 해부터는 서로 의기투합하여 아파트 화단 전체를 꽃밭으로 가꾸는데 힘을 모았습니다.
◇ 주민들이 '꽃밭을 가꾸는 남자'라 불러박 씨가 화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30대 시절 난초를 키우면서부터입니다. 그리고 퇴직 후 5~6년전 정원에 조예가 깊은 정원협회 초대회장 송정섭 박사를 만나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어느 땐가부터 아파트 주민들은 그를 '꽃밭을 가꾸는 남자'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밋밋했던 화단이 꽃들로 만발하자 주민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예쁜 꽃들을 감상하며 마음을 힐링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또한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이 단체로 와서 앙증맞은 손톱에 봉숭아를 물들이며 추억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꽃과 벌들이 날아와 자연생태계가 되살아난 것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이를 부러운 눈으로 지켜본 인근 아파트단지에서도 찾아와 이것저것 묻는가 하면 꽃씨를 받아가는 등 꽃밭가꾸기가 이웃으로 점차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 "꽃을 보고 찡그리는 사람은 없다"그는 이런 밝은 기운을 첨단동 나아가 광산구 전체로 확산하기 위해 '공동체 정원'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공동체 정원' 운동은 보다 나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공동체가 함께 꽃과 자연을 가꾸는 활동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를 위해 '시민정원사' 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민정원사' 제도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마을 주변에 꽃을 가꾸고 쓰레기를 치우며 정원처럼 가꾸는 것을 말합니다.
전북 정읍, 전남 담양 등 슬로우시티를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최근 소득이 증가하고 정원조성이 늘어나면서 '시민정원사' 교육과 양성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박 씨는 "꽃을 보고 찡그리는 사람은 없다"며 "꽃을 좋아하는 문화를 통해 주민들이 서로 친해지고 살맛나는 동네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댓글
(2) 로그아웃박정선 선생님 남다른 삶의 이야기 정말 훌륭하시고
멋지십니다~!!!
박정선 선생님의 꿈을 열열히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