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물폭탄이 쏟아진 구례에서는 홍수에 휩쓸려간 소떼를 구출하기 위한 사투가 하루종일 이어졌습니다.
긴박했던 구조 현장에 이준호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기자 】
소가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성인 어깨 높이만큼 차오른 흙탕물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필사적으로 줄을 당기고,
거칠게 숨을 내쉬는 소는 어떻게든 뭍으로 나가기 위해 몸부림칩니다.
지붕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소의 뿔과 가슴을 119소방대원이 조심스럽게 포박합니다.
크레인 줄이 5백킬로그램이 넘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갑자기 풀리자,
겨우 머리만 위태롭게 매달린 소의 몸통이 좌우로 크게 흔들립니다.
땅바닥에 내려온 소는 몸을 비틀어보지만 일어날 만큼의 힘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소 한 마리를 구하는데 걸린 시간은 30여 분.
여전히 상당 수의 소들이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폭삭 내려 앉은 지붕에 몸이 낀 소와 주택 안으로 떨어진 소는 잔뜩 겁에 질린 채 몸을 떨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이준호
- "현재 소 5마리가 올라간 주택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벽면 곳곳에 지푸라기가 붙어있는데 수해 당시 3m에 가까운 높이만큼 물이 차올랐던 걸 짐작케 합니다."
취재진이 발견한 소가 지붕 위에 올라간 주택은 이 마을에서만 모두 4채.
▶ 인터뷰 : 정기영 / 수의사
- "(마을의) 소 사육두수가 1400~1500두 현재 떠내려가서 보이지 않은 소도 있고 현재 남은 소가 20% 내외.."
최근 정부의 축사 양성화 사업으로 시설투자와 사육두수를 늘린 농가는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대부분 가축재해보험을 들지 않아 보상받을 길이 막막합니다.
▶ 인터뷰 : 안재민 / 피해 농민
- "16마리 (키우는데) 한 마리도 못 찾았어. 나 혼자 살면서 모은 건데 내가 이제 (빈털터리)가 되어버렸어.."
이곳 구례군 양정마을 한 곳에서만 폐사한 소는 수백 마리.
소의 사체에서 나오는 침출수로 인한 수인성 질병도 우려됩니다.
▶ 인터뷰 : 전창동 / 구례축협 조합장
- "지하수를 이용해서 물을 먹이기 때문에 폐사체가 빨리 조치가 되어야 나중에 지하에 오염이 되기 때문에.."
축산농가 피해가 속출했지만 장비와 구조인력이 부족한 탓에 방역과 소들을 모두 구출하기까진 며칠이 더 소요될 전망입니다. kbc 이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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