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쌀값이 40여 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10월 수확기를 앞둔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특히, 올해는 비료값과 면세유 가격 등 생산 단가도 크게 올라 수확을 해도 건질게 없다는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박성호 기자가 농민들을 만나봤습니다.
【 기자 】
영광에서 10ha 규모의 논농사를 짓고 있는 이문형씨.
들쑥날쑥한 날씨 속에 온갖 고생을 겪고 키운 결실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지만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지난해 5만 4천원 선이었던 쌀값이 올해는 4만 7천원까지, 45년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씨의 경우 쌀 판매액이 지난해보다 3천만 원이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 해 농사대금을 다 갚고나면 대학 다니는 두 자식 뒷바라지는 또 어떻게 해야할지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 인터뷰 : 이문형 / 쌀농가
- "이게 수입이 많으면 이렇게 좀 술 한 잔도 하면서 웃고 즐기고 그럴 텐데 이게 남는 게 없으니 참 막막하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해 인건비에 비료값, 면세유 가격까지, 생산비용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28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이석하씨도 수확철이 코 앞까지 다가왔지만 아직 트랙터를 빌리는 일정조차 잡지 않았습니다.
8백원에서 1천6백 원까지, 두 배 가량 치솟은 면세유 가격이 언제 떨어질지 기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전북 고창과 정읍 등 인근 지역에서 애써 지은 농사를 포기하고 논을 갈아엎는다는 소식도 들린다며 쓴웃음을 짓습니다.
▶ 인터뷰 : 이석하 / 쌀농가
- "150만 원이면 되는 기름이 3백만 원이 됐더라고. 그니까 사람들이 보면 저도 늦춰요 지금. 수확을 늦추고 있어. 왜냐면 정부 대책이 하나라도 더 나오길 바라고 있는 거지."
지난 25일, 정부는 쌀값 안정화를 위해 역대 최다 물량인 쌀 45만 톤을 시장에서 격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농민들은 이번 조치가 당장의 쌀값을 안정시킬 수는 있어도 일시적인 방편에 그치는만큼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습니다.
kbc 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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