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씨는 상해 임시정부의 국무위원으로서 '임정 4인방'으로 꼽힌 백강(白岡) 조경한(1900~1993) 선생의 외손자로 교육자이자 향토사학자, 수필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심 씨가 이번에 공개한 일제의 경제수탈 자료는 전남 지역 군 단위에서 주최한 '농산물품평회'에서 농민들에게 수여한 일종의 표창장 성격의 '포장(褒狀)' 3점입니다.
이와 함께 배 주산지로 유명했던 전남 나주 지역의 배와 복숭아, 포도, 감 등 과일을 포장하면서 그 내용을 기재한 '상표 기록지' 양식 5점도 공개했습니다.
이들 자료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농업을 이끌었던 호남 지역의 곡창지대에서 일제가 농민들을 대상으로 농업생산을 더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품평회를 개최해 채찍과 당근을 함께 내밀었던 사실을 증명해 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가치가 큽니다.
◇ 농업수탈에 조선총독부와 관료 등 총동원이번에 공개된 '포장'에는 품목을 비롯 참가자, 수상내역, 주최 기관, 심사위원, 날짜, 조직구성, 회장 및 군수 이름과 직인 도장이 각각 찍혀 있어 당시의 농업증산을 위해 관료 등이 총동원된 사실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먼저 보성군에서 실시된 '농산물품평회 포장'에는 임병철이란 이름의 농민이 대정11년(1922년) 11월 26일 조성면제1회농산물품평회에서 '실면(實棉, 목화)' 부문에서 3등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일본인 심사위원과 역시 일본인인 조선총독부산업기수 겸 전라남도산업기수의 이름과 도장이 찍혀 있고, 마지막에 조성면농산품품평회장과 보성군수의 이름 및 직인이 찍혀 있습니다.
많은 쌀 생산을 위해 볍씨 종자 채집을 독려하는 '포장'도 발견됐습니다.
이 '포장'은 대정12년(1923년) 6월 6일 전남 함평군 신광면에서 개최한 제1회면채종답품평회에서 이화여란 이름의 농민이 4등상을 받게 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역시 품평회장의 직위와 이름, 직인을 찍었는데 일제가 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면 단위까지 파고들어 상장을 남발하며 농민들을 독려한 속셈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됩니다.
뿐만 아니라 전라남도 광양군에서는 나무심기를 잘한 농민을 시상하는 '조림(造林) 품평회'도 열었던 사실을 증명하는 '포장'도 공개됐습니다.
이 '포장'에는 전남 광양군 봉강면 봉당리의 이돈모란 이름의 농민이 소화4년(1929년) 10월 30일 광양군삼림조합 주최 제2회 조림품평회에서 '천연조림' 실적이 우수해 2등상을 수상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광양군조림품평회장의 이름과 직인, 일본인 심사장의 이름과 직인이 찍혀 당시 농민들로 하여금 일제의 경제수탈에 동조토록 유도하였던 사실을 엿보게 합니다.
◇ 나주 지역 과일생산 조합의 '상표 기록지' 주목
심 씨는 이번에 지금의 원예조합에 해당하는 나주 지역의 과일생산자조합인 '조선전라남도나주군과물조합(朝鮮全羅南道羅州郡果物組合)'에서 인쇄해 사용한 일종의 '상표 기록지' 5점을 추가로 공개해 일제의 과일생산 증대와 수탈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이 '상표 기록지'는 '나주군과물조합'이 '나주명산(羅州名産)'이란 상표명을 컬러로 인쇄해 그 안에 품목과 등급, 생산 농원 이름, 받는 대상 등의 내용을 기입하는 양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상표 기록지는 나주에서 생산된 배와 복숭아, 감, 포도 등 과일들을 포장해 그 내용물을 기재하고 일제의 고위층이나 일본 등 타 지역으로 배송할 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상표 기록지에 당시 기생으로 보이는 한복 입은 여인을 모델로 그렸거나 과일 그림을 넣고 '나주명산' 글자도 일관성 있게 디자인해 고급품의 이미지를 살리려 한 것으로 보아 일제가 과수생산 수탈에도 나선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고 있습니다.
심 씨는 "이런 농업 관련 자료는 일제가 겉으로는 농촌진흥을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농업수탈을 위해 농민들의 생산 증대를 독려한 것"이라면서 "일제가 지역별 작은 면 단위까지 품평회란 이름으로 경제수탈을 자행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일제강점기 나주는 호남의 농업생산 요충지로 나주과물조합은 일본인들이 운영한 조합"이라면서 "이번에 공개한 상표 기록지는 사용연대가 1930년대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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