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사흘 뒤면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입니다.
참사 당시 광주와 전남 지역민 9명이 숨졌는데요.
그날의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된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의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힘찬 몸짓으로 공을 걷어차는 단발머리의 숙녀. 이제는 휴대폰 속 사진과 영상으로 밖에 만나볼 수 없는 큰 딸, 해린이입니다.
10·29 참사 이후, 해린이 없이 처음 맞게 된 지난달 생일엔, 큰 딸이 가장 좋아했던 것만 골라 아내, 작은 딸과 함께 추모관을 찾았습니다.
▶ 인터뷰 : 이종민 / 故 이해린 아버지
- "열심히 살았으니까 좋은 곳에서 편히 지내라, 갈 때마다 그 말은 계속하고 있어요."
끝내 해지하지 않은 해린이의 휴대폰을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보며 기억하려, 잊지 않으려, 기운 내려 노력한다는 이종민 씨.
매주 토요일이면 유족들 그리고 지역 시민단체들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릴레이 걷기를 한 지도 넉 달이 넘었습니다.
▶ 인터뷰 : 이종민 / 故 이해린 아버지
- "그분들께 굉장히 고마워요. 갈 때마다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분들이 옆에 있어서 저희들이 힘이 되죠. 저희들 8명 모여서 뭘 하겠어요. (시민들도) 가끔가다 떡해 주시는 분도 계시고 문 열어서 파이팅 하라고 손 흔들어주시는 분도 계시고."
목욕탕에 갈 때면 늘 아버지의 등을 책임졌던 고 김재강 씨.
자신과 꼭 닮은 외모와 성격, 그리고 늘 지지를 아끼지 않던 아들, 재강이에게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취직은 서울로 해야 한다는 자신의 말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 오늘도 액정 화면이 닳도록 아들의 사진만 바라봅니다.
▶ 인터뷰 : 김영백 / 故 김재강 아버지
- "내가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못 했죠. 나의 어떤 의지가 들어가서 이렇게 되지 않았나 후회가 되기도 하고."
하늘의 별이 된 아들에게 아버지가 할 수 있는 건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게,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목소리를 높이는 일뿐입니다.
▶ 인터뷰 : 김영백 / 故 김재강 아버지
- "순수하게 우리 이태원 참사 관련 전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서 진상 규명을 꼭 해서 우리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것, 그거 외에는 전 바랄 게 없어요."
참사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국회 상임위 문턱만 겨우 넘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참사 당일을 하루 앞둔 오는 28일, 유족들은 지역 시민단체와 함께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9번째 릴레이 걷기 행사를 연 뒤, '기억, 추모, 진실을 위한 다짐'을 주제로 추모식을 엽니다. KBC 정의진입니다.
#10·29참사 #이태원 #추모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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