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c뉴스가 현장 취재를 한 기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콘텐츠 [취재, 그런데 말입니다]를 연재합니다.
여섯 번째 순서로, 8일 간 전남지역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시베리아 독서토론열차를 타고 취재한 박성호 기자가 들려주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이야깁니다. <편집자주>
Q. '시베리아 독서토론열차' 어떤 취재였는지?
네, 전라남도교육청의 대표 프로그램인 독서토론열차학교를 이번에 동행 취재를 했는데요.
올해로 이 프로그램이 4년 째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래서 지역 학생들을 선발해서 16박 17일 동안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몽골을 다녀오는 일정인데, 저는 7월 30일부터 러시아를 다녀왔습니다.
Q. 전에 러시아를 다녀온 경험이 있나요?
아니요. 러시아도 저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어요.
러시아 하면 넓은 대륙 또 추운 기후 뭐 이 정도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사실 러시아는 절반이 겨울이라고 할 정도로 조금 추운 지역인데, 하필 또 저희가 갔을 때가 러시아의 여름 중에 가장 또 더운 시기였어요.
극동지방 같은 경우에는 낮 최고 기온이 35도까지 오를 정도로 그래서 저희는 러시아를 가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한참 타고 돌아왔었습니다.
Q. 8일 동안 어떤 곳을 다녀왔는지?
우수리스크 지역으로 먼저 넘어갔어요.
우수리스크 지역은 블라디보스톡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 되는 곳인데, 그쪽은 고려인마을이 있고, 우리나라 독립군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도시이고요.
거기를 시작해서 블라디보스톡, 횡단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까지 도착하는 여정이었습니다.
Q. 우수리스크 고려인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고려인마을은 지금 현재 약 15가구 정도 살고 계세요.
구소련이 붕괴하고 난 다음에 고려인들이 다시 돌아오는 마을이라고 해서 ‘고향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고려인마을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로지나 학당'이라고 해서 한국말을 그대로 또 이어가면서 우리 민족의 역사성을 그대로 지켜나가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거의 3세도 이제 할아버지니까 지금 아이들은 한 5세 정도, 고려인 5세 정도.
많은 세대가 흘렀기 때문에 애들이 생김새도 달라지고 의사 소통도 그렇게 자연스럽지 않았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나중에 축구를 한다든지 여러 가지 놀이 문화를 함께 즐기면서 나중에 굉장히 헤어질 때 아쉬워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결국 또 ‘한 민족은 한 민족이구나’라는 생각을 또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횡단열차에서의 3박4일이 궁금해요
처음에 딱 탔을 때 느낀 점은 ‘아 비좁다’라는 부분이었어요.
복도 자체도 사람 하나가 지나가기가 힘들 정도고, 방 안 같은 경우에는 마주 보는 사람과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을 했어야 했거든요.
‘여기서 어떻게 3박 4일을 견디나’이런 부분들에 대한 걱정을 했었는데, 학생들은 또 오히려 그런 환경들, 어려운 환경들을 더 즐기면서 재기발랄하게 잘 견뎌내는 모습들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래서 또 대견한 부분도 있었고, 학생들이 한 입 모아서 얘기하는 게 화장실 부분이었어요.
화장실이 열차 양 끝에 한 칸씩 들어있는, 한 칸 당 두 곳씩 있는데 굉장히 그 안도 비좁아서 어떻게 할 수가 있는 부분들이 거의 없고, 기차 안에서 한정된 물을 사용해야 되다 보니까 학생들이 또 굉장히 창의적인 방법들을 많이 개발을 하더라고요.
골프공을 가져와서 미리 준비해서 수채 구멍을 그걸로 막아가지고 물을 받아서 쓴다든지, 드라이 샴푸라고 해서 물이 필요 없는 샴푸를 이용해서 머리에다 뿌리고, 간이역마다 멈춰 서면 생수를 잔뜩 사가지고 와가지고 친구들이랑 2인 1조로 상대의 머리에 생수를 부어주면서 머리를 감는 그런 나름대로의 생존 방식을 또 선택을 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이다 보니까 예쁘고 깔끔해 보이는 모습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Q. 러시아인들이 급습을 했다는데..
러시아에서 한국 라면이 굉장히 인기가 높아요.
어느 마트를 가서라도 어디에서든 흔하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인데, 여기서도 열차 안에서도 러시아분들이 밤만 되면 조용히 쿠페 문을 이렇게 두드리면서 찾아오셔가지고 꿀단지 같은 걸 이렇게 던져주면 받고 나면 우린 뭔지 모르는데 식량 칸을 가리키면서 자기 하나 주라고 손짓 발짓 해가면서 라면을 달라고 얘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들이 굉장히 소중한 식량이었는데 안에서 그것도 많이 뺏기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웃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여정 이르쿠츠크, 어떤 활동을 했나요?
이르쿠츠크에서는 일단 러시아 학생들과 문화 교류를 주로 했었습니다.
거기에서는 이르쿠츠크라는 도시 자체가 시베리아의 끝 부분이여가지고 보통 러시아에서 옛날부터 반역을 한 반란자들이 귀양을 오거나 이런 약간 시골 도시예요.
그래서 120명이나 되는 동양의 한국의 학생들이 와 가지고 단체로 k-pop을 하거나 태권무, 다양한 플래시몹 공연 등 이런 것들을 보여주니까 현지인들이 의외로 더 많은 반응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더라도 서로 얼마든지 교감을 할 수 있다는 부분들.
그런 부분들도 굉장히 신기하게 느꼈습니다.
Q. 취재를 마치고..
이번 독서토론열차학교를 동행을 하면서 ‘학생들이 굉장히 진귀한 경험들을 많이 하고 있구나’라는 부분들을 조금 생각을 했었어요.
저희들 중에 누구도 백두산에 올라가기도 쉽지 않은데, 백두산도 구경을 해보고 독립군들이 직접 활동을 했었던 연해주에 독립군들의 발자취를 직접 한 번 경험을 해보고 또 러시아의 넓은 영토와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교감을 할 수 있는 경험.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학생들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이번에 다녀왔던 학생들도 출발하기 전에 모습보다도 한 뼘 더 성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역의 학생들이 이런 경험들을 조금 더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민을 하는 게 어른들에게 남겨진 숙제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기획; 임형주 ▶책임; 정재영 ▶연출; 전준상 ▶제작; 박성열 ▶촬영; 김하늘 ▶구성; 이승현 ▶일러스트;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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