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c뉴스가 현장 취재를 한 기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콘텐츠 [취재, 그런데 말입니다]를 연재합니다.
일곱 번째 순서로, 광주시 공직사회의 갑질 문제를 취재한 고우리 기자가 갑질의 실태와 원인, 문제점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Q. 광주시립도서관 갑질 논란,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
광주시 공무원에게 상사 때문에 세 번이나 쓰러졌다는 제보가 왔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입니다.
왜냐면 둘 사이가 나빠서 개인적으로 모함하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녹음파일을 듣고 보니까 그게 아니었고 취재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직원 한 명이 출근길에 접촉사고가 났어요.
사무실에 와보니까 9시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어서 '이 앞 카센터에 잠깐 차 수리를 맡기고 오겠다'라고 말을 하니까 들으신 것처럼 그렇게 소리를 질렀던 거죠.
근데 자세히 들어보시면 거기서 직원들이 한쪽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뭐 마우스 소리도 들리고, 업무 이야기도 들리거든요.
'아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렇게 일상적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4년 전에도 갑질로 문제가 됐다던데...
네, 취재를 하면서 4년 전에도 갑질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때는 간부가 아니었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그 욕 수위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싶을 정도로 수위가 굉장히 높은 욕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청원경찰 두 분이랑 야간 근무하시는 분 한 분 빼놓고는 모두 서명을 했어요.
도저히 저분이랑은 같이 일을 못 하겠다고.
근데 잠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더니 다시 돌아왔어요 징계는 전혀 받지 않았고요.
돌아와서 얼마 후에는 승진까지 했습니다.
Q. 계속된 갑질, 최근에서야 신고를 한 이유는?
4년 전에도 갑질을 알렸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어차피 말해봤자 다시 돌아올 걸 이분들은 알고 있었던 거죠.
사실 이분들이 소수 직렬이라 갈 데가 많지가 않습니다.
광주시에 도서관이 그렇게 많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어차피 말해봤자 다시 돌아올 거고, 어떻게든 만나서 매일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그냥 입을 닫았던 거죠.
근데 참다 참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고, 결국 녹음을 하게 됐고 이렇게 밖으로 문제가 드러나게 된 것 같습니다.
Q. 공직사회 곳곳에 만연한 갑질
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계속돼왔습니다.
한 구청 보건소에서는 보건소장이 특정 직렬 직원들에게 갑질을 한 10년 가까이 일삼았더라고요.
내용을 들어보니까 나이가 훨씬 많은 부하 직원들에게 반말로 모욕적인 말을 던지거나 아니면 혼낼 때 옆구리를 볼펜 같은 거로 쿡쿡 찌르면서 수치심을 느끼게 하거나이랬다고 직원들이 호소했습니다.
취재를 하다 보니까 광주시에 또 다른 소수 직렬인 지적직에서도 간부 두 명이 갑질로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Q. 후속 조치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시립도서관 간부 같은 경우에는 보도가 나간 직후에 바로 대기발령 조치됐습니다.
직원들과 격리된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됐고요.
보건소장의 경우에는 얼마 전에 인사위원회에서 강등 결정이 났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이의신청 기간이기 때문에 아직 두 건 다 감사가 진행 중이라 보는 게 맞을 것 같고요.
사실 4년 전에는 왜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광주시에서는 '당시에는 갑질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다'라고 해명했었거든요.
그러니 이번에는 광주시가 어떻게 대응할지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Q. 갑질, 왜 일어날까?
사실 잊혀질만하면 갑질 문제가 불거지는 것 같아요. 땅콩 회항부터 프랜차이즈 회장들까지.
근데 그 모든 사람들의 개인의 성격적 문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위치가 주는 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윗사람이기 때문에 아랫사람에게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문제가 커지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꼭 대기업 회장만 갑질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누군가에겐 분명 어려운 사람이고 윗사람일 수 있으니까요.
취재를 하면서 저도 누군가에게 갑질을 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항상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기획; 임형주 ▶책임; 정재영 ▶취재 총괄; 정경원 ▶연출; 전준상 ▶제작; 박성열 ▶촬영; 김하늘 ▶구성; 이승현 ▶일러스트;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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