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한 세대를 이르는 말, MZ세대.
그들은 다방 인테리어의 카페를 찾아가, 음료가 담긴 빈티지 유리컵을 찍어 SNS에 올립니다.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중요시하면서도 디지털 환경 속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세대, MZ세대의 모습입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가 합쳐 만들어진 뉴트로(New-tro)는 젊은 소비자들이 레트로 제품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소비하는 현상으로, 그 열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취향이 아닌 MZ세대의 경향이며 유행입니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산다' 노스탤지어 자극
지난 2일 '판도라의 상자'라고 불리던 추억의 SNS,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재개했습니다.
싸이월드 전성기 시절 20대를 보낸 김기만 씨(39)는 싸이월드 복귀 소식에 바로 어플을 다운했습니다.
미처 못 옮겨놓았던 사진들을 궁금해하며 재접속한 김 씨는 "옛날에 누구랑 어딜 가서 어떻게 놀았는지 회상할 수 있어 좋다"며 반색했습니다.
"지금 보면 촌스러운 모습이지만 어리고 젊었던 그때의 모습이 재밌고 그립다"며 추억에 잠긴 김 씨는 사진을 저장하고 다른 SNS에도 공유합니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이미 이용하고 있음에도 싸이월드를 다운한 것은 "과거 추억을 그리워한 것이 제일 크고,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것을 즐기고 그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심리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MZ세대에게는 '헌 것 아닌 새 것'
45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광주 서구의 한 현상소.
현상소를 운영 중인 박승수(75) 씨는 "광주·전남 지역의 첫 디지털 현상소로 시작해서 이제는 유일한 필름현상소가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15년 전부터 필름 현상을 맡기는 젊은 손님이 늘어나며 지금은 전체 손님 중 20대가 80%, 10대가 10%, 30대 이상이 나머지 1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젊은 친구들이 찾아와서는 잘못 나온 사진을 보고도 웃으며 좋아하고, 그걸 또 사진 찍어 간다."며 MZ세대의 필름 현상을 반가워했습니다.
유튜브를 하던 중 필름카메라를 알게 된 천지인(23) 씨는 특유의 느낌이 좋다며 필름카메라를 구입했습니다.
천 씨는 "필름카메라를 직접 사는 친구도 많고, 부모님이 사용하시던 걸 수리해서 사용하는 친구도 있다"며 주변 친구들 역시 필름카메라에 관심이 많다고 말합니다.
이어 뉴트로 열풍에 대해 "과거에 있었던 것이지만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은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와 그 시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을 밝혔습니다.
또한 "부모님과 필름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며 세대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가 채워준 소유욕
요즘 MZ세대 사이에서는 수집이 취미인 이들이 많습니다.
NFT, 게임 속 캐릭터, 아이돌 포토카드, LP판 등 모으는 것의 종류는 디지털부터 아날로그까지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끈 수집품은 포켓몬빵에 들어있는 띠부띠부씰입니다.
이 띠부띠부씰은 총 159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적지 않은 종 수에도 불구하고 중고 사이트에서는 전 종을 모아 판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또, 유튜브, 블로그와 같은 플랫폼에는 개인이 모은 스티커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포켓몬빵 띠부띠부씰 대란에 대해 하태원(25)씨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사진이나 영상은 다운받고 음원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물질적으로 남는 게 없다"며 이에 반해 아날로그는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 결핍된 소유욕을 채워주는 느낌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대학생 김영진(23)씨는 아날로그 제품을 수집하는 것은 일상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며 띠부띠부씰을 수집하는 이들의 마음에 공감했습니다.
-'따로 또 같이' SNS로 공유하는 뉴트로
MZ세대 사이의 뉴트로 열풍은 대부분 SNS를 통해 확산됐습니다.
SNS 해시태그를 통해 뉴트로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데, 25일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포켓몬빵으로 12.4만, #싸이월드 13.5만, #하이틴룩 10.3만 건 등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SNS를 중심으로 뉴트로 유행이 퍼진 것은 향유층인 MZ세대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미디어 및 콘텐츠의 생산·소비에 능숙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이주민 밀레니엄(M)세대와 디지털 원주민(Z) 세대에게 SNS는 세상과 소통하는 일상적인 통로인 것입니다.
경북대 경영학부 박사과정에 있는 이지현 씨는 MZ세대가 뉴트로 콘텐츠를 SNS에 공유하며 그들끼리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MZ세대는 자기표현을 중요시하면서도 너무 똑같은 건 선호하지 않는 양자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SNS상 뉴트로 열풍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때문에 복고의 감성에 기반한 '새유행'이 한 순간의 관심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청주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김찬석 교수는 이번 열풍이 "과거에는 그저 재밌어하고 신기해하는 단계였었다면, 지금은 나아가 오늘의 것으로 변형시키는 단계"라며 앞으로도 뉴트로 현상은 같은 모습이 아닌 더욱 발전된 형태로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양서은 인턴기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조민주 인턴기자(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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