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무연고 유해 중 1구가 제주4·3 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인 것으로 75년 만에 확인됐습니다.
제주도와 제주4·3 평화재단은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무연고 유해의 유전자 정보를 대조한 결과, 유해 1구가 1949년 12월 4일 광주형무소 수감 중 숨진 고(故) 양천종(1898년생)씨로 확인했다고 12일 밝혔습니다.
옛 광주교도소 무연분묘에서 무연고자 유해 261구가 발견된 이후 감식을 통해 4·3 희생자가 확인된 첫 사례입니다.
양천종씨는 제주읍 연동리(현 제주시 연동) 출신으로, 4·3사건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은 희생자입니다.
양씨는 4·3 당시 집이 불에 타자 가족들과 함께 인근 노형 골머리오름으로 피신했다가 1949년 3월 토벌대의 회유 공작으로 스스로 피신처에서 나왔습니다.
이후 제주시 주정공장에서 한 달여간 수용 생활을 하다 풀려났지만 1949년 7월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다시 체포돼 광주형무소에 수감됐습니다.
양씨 가족은 1949년 11월께 '형무소에서 잘 지낸다'는 안부 편지를 받았지만,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같은 해 12월 4일 자로 형무소로부터 양씨가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유족들은 당시 양씨 시신을 수습하려고 밭을 팔아 돈을 마련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유해를 찾지 못했습니다.
양씨의 손자 성홍씨는 현재 제주4·3 행방불명인유족회 회장입니다.
제주도와 4·3 평화재단은 타지에서 75년간 잠들어 있던 희생자에 대해 예우를 갖춰 고향으로 모셔 올 계획입니다.
유해는 12월 16일 유가족과 제주4·3 희생자유가족회, 관계기관 관련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계 절차를 거쳐 유족회 주관으로 광주에서 제례를 지낸 뒤 화장될 예정입니다.
이후 12월 17일 항공편으로 75년 만에 고향 제주로 봉환돼 봉환식과 신원확인 보고회가 진행됩니다.
제주4·3 군법회의 수형인명부에는 4·3 당시 제주에서 수형인들이 광주형무소 등 전국 형무소로 이감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제주에서 광주로 이감된 4·3 관련 재소자는 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도는 지난해 10월 대전형무소 수감자들이 집단 총살된 대전 골령골에서 제주4·3 희생자인 고(故) 김한홍(1923년생)씨의 유해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제주도와 4·3 평화재단은 제주시 화북동 화북천, 제주공항,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안덕면 동광리, 대전 골령골, 경산 코발트 광산 등지에서 모두 529구(도내 417, 도외 112)의 유해를 발굴했습니다.
이 가운데 다른 지역 발굴 유해 2구 포함해 지금까지 145명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제주도는 다른 지자체와 협력해 4·3 희생자 신원 확인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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