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유학은 사람됨을 가르치는 학문..교육의 핵심에 둬야"
광주광역시 광산구 황룡강변에 건물을 짓고 식당과 커피숍을 운영하는 기원봉 씨.
그는 낮에는 요식업을 경영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한편, 밤에는 논어와 주역 등 고전을 읽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을 실천하는 셈인데, 예순 살이 넘은 그가 고전을 손에 놓지 못하는 까닭은 남다른 집안의 학풍 때문입니다.
그는 16세기 조선시대 호남을 대표하는 성리학자 고봉 기대승 선생의 15대손입니다. 고봉 선생은 퇴계 이황과 13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단칠정' 논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광산구 임곡 너브실마을에는 기대승 선생을 기리는 월봉서원이 있습니다.
기원봉 씨는 대대로 이어져 오는 고봉 선생의 학풍의 영향으로 젊은 시절부터 유학(儒學)과 관련된 고전들을 가까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40대 중반 문중의 일을 맡아 10년 동안 선조들의 행장을 정리하고 족보와 문헌을 관리하면서 자연스레 한문과 유학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또한 풍수지리에 관심이 많아 시중에 출간된 관련 서적들을 모조리 섭렵하는 등 옛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대해서도 폭넓은 안목을 길렀습니다.
◇ 대학원 법학과에 진학, 행정고시에 도전하기도이러한 학문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그는 비록 공대 출신이지만 대학원 법학과에 진학해 한 때 행정고시에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논어(論語)를 좀 더 깊이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다시 고전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행정고시 공부를 하다가 논어에 꽂혀 7~8년간 파고들었죠. 논어 속에는 '우리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야 하며, 생을 어떻게 마쳐야 하는가'에 대한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는 논어와 대학, 중용 등 고전을 들춰보면서 깊이 깨달은 바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논어와 주역을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살아갑니다. 그렇게 된다면 상대와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마련입니다. 다양한 이익 간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법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이므로 우리 조상들은 유학을 통하여 서로가 자신의 도리를 지키며 예법을 따름으로써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논어를 가르쳐 왔던 것입니다".
◇ 학자마다 인(仁)에 대한 의미를 다르게 표현두 번째로 학자들이 한자의 독음(讀音)에만 매몰돼 정확한 해석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유학이란 '사람을 기르는 학문'이며 '사람을 사람 되게 기른다'라는 의미에서 인(仁)을 핵심 사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에는 유학의 핵심 사상인 '인(仁)'의 의미를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여 일반인들은 논어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공부하는 것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원인으로 "학자마다 인(仁)속에 숨겨진 의미는 같을지라도 저마다 의미를 다르게 표현하다 보니, 오늘날 인(仁)에 대한 명확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례로 "공자는 중용(中庸) 제20장에서 '인자 인야(仁者 人也)'라고 하여 '인(仁)은 사람됨이다'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인(人)을 그냥 '사람'이라고 해석함으로써 인(仁)의 의미를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는 '사람 된 도리를 지킨다'는 의미이기에 인(仁)을 '사람됨', '사람 된 도리', '사람 된 도리를 지킨다'라고 해석해야 하며 논어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仁)의 해석에 적용하면 전체 맥락이 통함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원문(原文)과 주석을 병기하고 해석을 덧붙여
그는 논어를 누구나 읽고 공자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인(仁)의 의미를 바르게 밝혀 생활에 실천할 수 있도록 책을 저술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큰봉출판사'라는 이름으로 직접 출판사를 차려 3~4년에 걸쳐 고전 해설서를 출간하였습니다.
그는 일반인이 알기 쉽도록 원문(原文)과 여러 참고문헌 및 주석을 병기하고 자신의 해석을 덧붙여 본래의 뜻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맺은 결실이 『말이 되는 주역』, 『도덕경 미래로 가다』, 『중용과 대학의 사람됨』, 『논어 세상』, 『논어 속 세상』 등 5권의 책으로 탄생됐습니다.
그는 "유학은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 된 도리를 가르치는 학문"이라며 "오늘날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자신의 저술이 "우리나라 대학교재로 썼으면 좋겠다"며 "한자문화권은 모두 유학의 사상적 전통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도 대학교재로 쓰일 수 있도록 서신을 보낼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논어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의 이치를 알고,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안전하며, 물질적 풍요를 올바르게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한비자와 법가를 공부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유학을 '자연유학', '인문유학', '성리학', '이념유학' 4개 영역으로 분류하고 신이념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덕천서원에서 유학 강의를 하며 정신적 원류인 3대 문화권을 통합하는 맥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편 그는 광주광역시공무원연수원을 비롯 덕천서원, 함양향교, 안의향교, 강진향교, 나주유학대학, 보성향교, 광주향교, 화순향교, 담양향교, 광주 숭덕고 등에서 유학 강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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