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곡물 협정 만기가 다가온 가운데, 러시아 국영은행이 자회사를 설립해 국제 금융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방안을 유럽연합(EU)이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러시아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관련 보도에 대한 성명에서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은행 자회사를 여는 데 수개월이 걸리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가입하는 데 또 3개월이 걸린다. 반면 네트워크 폐쇄는 몇 분이면 끝난다"며 "이 모든 것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는 협정을 추가로 연장해야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FT는 EU가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이 자회사를 만들어 이를 국제 금융 네트워크에 연결하도록 러시아에 제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EU의 이 같은 시도는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을 유지하도록 달래기 위해 '선물'을 주려는 것이라고 FT는 분석했습니다.
러시아는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자국 은행이 곡물 등의 수출과 관련한 결제 업무를 직접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퇴출당한 국제 은행 간 송금망인 SWIFT에도 재가입을 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을 맺었습니다.
협정 대가로 러시아는 자국 곡물과 비료의 수출을 보장받았습니다.
협정은 지금까지 3차례 연장돼 오는 17일 다시 만기가 다가오는데, 러시아는 서방이 자국 곡물 등의 수출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협정을 연장할 수 없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협정 연장이 불발될 경우 국제곡물가격 불안이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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