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여수 금오도가 때아닌 '꽃사슴'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0여 년 전 여수시가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겠다며 꽃사슴을 방사했고, 지금은 개체 수가 급증해 주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습니다.
박성호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기자 】
여수의 섬 금오도의 특산물인 방풍나물 밭마다 울타리가 설치돼 있고, 일부 밭에는 급조한 허수아비도 세워졌습니다.
모두 사슴을 쫓기 위해 만들어둔 장치입니다.
밤만 되면 꽃사슴 십수 마리가 무리를 지어 찾아와 밭을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일부 농가들은 아예 농사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김화선 / 여수 금오도 농가
- "엄청 내려와요. 내려와 가지고 여기 할머니 방풍 심어놓은 거라든지, 이런 데 심어놓은 거라든지 내려와 가지고 다 뜯어먹어버리고, 이제 사슴이 한 번 뜯어먹은 데는 아예 캐지를 못해요. "
꽃사슴 개체 수가 크게 늘면서 농작물 피해는 물론, 로드킬 등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도로에서 꽃사슴이 뛰어나와 자동차와 부딪히고, 놀란 운전자는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습니다.
▶ 싱크 : 피해 차주 (음성변조)
- "이 사슴이라는 자체를, 없던 동물을 시하고 도에서 갖다 넣어놓고 나서는 거기에 따른 후속 조치가 뭐가 있어야 되는데 왜 그런 것도 하나도 없이 이렇게 방치해 놓냐, 전부 담당 부서 없다 담당 부서 없다 여기로 해라 저기로 해라 미루기만 미뤄요."
금오도에 사슴이 유입된 것은 지난 2004년.
명성황후가 금오도에 사슴농장을 조성했다는 일화에 착안해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겠다며 여수시가 꽃사슴 20마리를 푼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20년이 흐른 지금, 금오도에 몇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지 조차 가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꽃사슴으로 잘못 알고 데리고 온 유럽 거대 사슴 엘크도 섞여 있습니다.
피해가 잇따르면서 개체 수 조절을 해달라는 민원이 쇄도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사슴은 유해조수로 지정돼 있지 않아 멧돼지처럼 사냥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박영우 / 여수 금오도 직포이장
- "우선 개체 수가 제일로 줄어드는 방법이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 여수시에서 허가를 주지 않기 때문에 저희들이 합법적으로 잡지를 못하고 멧돼지 하고 고라니 하고만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순한 동물로 알려진 꽃사슴이 20년 간 방치되면서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물이 되고 있습니다.
KBC 박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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