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에서 죗값을 치르게 됐습니다.
22일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21일(현지시간) 권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권도형이 금융 운영 분야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한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송환 결정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권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씨의 송환 결정이 나온 것은 그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지 11개월 만입니다. 도피 기간으로 따지면 22개월 만입니다.
앞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8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권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인도할지 직접 결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일반적인 범죄인 인도 절차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송환국 결정 주체가 돼야 하지만 권씨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약식 절차에 동의한 이상 법원이 결정 주체라고 판단한 겁니다.
권씨가 미국에서 재판을 받으면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인 한국과 달리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합니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권씨는 암호화폐인 테라·루나의 폭락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은 채 해당 화폐를 계속 발행한 혐의를 받습니다.
2022년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 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2년 2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수백만 달러의 암호화 자산 증권 사기를 조직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연방 검찰은 한 달 뒤 사기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습니다.
권씨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0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습니다.
그는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왔고,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가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하고 두바이로 가는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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