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그 말] ④ 두 얼굴의 교사

작성 : 2018-05-28 07:16:59

kbc뉴스가 이슈가 됐던 내용의 뒷 얘기를 현장 취재를 한 기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새로운 콘텐츠 [취재, 그런데 말입니다]를 연재합니다.

이번에는 해마다 증가하는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취재한 최선길, 전현우 기자가 아동학대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느낀 점 등에 대해 얘기합니다. <편집자 주> 


(최선길 기자)
네, 이번 사건의 피해 아동은 원래 어린이집에 잘 다니던 5살 아이였는데요. 
선생님이 바뀐 뒤부터 어머니에게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말을 많이 했고, 또 학대를 당한 날에는 어머니한테‘엄마 나 선생님한테 혼나서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이런 식으로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이걸 이상하게 생각을 하시고 어린이집에 항의를 하고, 또 경찰에 신고까지 한 끝에 사건이 밝혀질 수 있게 됐는데요. 
보통 이렇게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거나,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투정을 부리는 경우에 굉장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부모님들이 다행히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시고, 또 적극적으로 대처를 했기 때문에 사건이 알려질 수 있게 됐습니다.

(전현우 기자)
CCTV를 보고 피해 아동이 가장 걱정됐습니다.
실제로 취재해보니 상황이 심각했는데요. 
밖에 나가려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려 하거나 아니면 혼자 자기 무서워하고, 화장실 가기를 무서워하는 등 심지어 학부모에게 폭력적인 행동까지 하는 그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선길 기자)
‘한 두 번 학대를 한 게 아니겠구나’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때리거나 밀치는 걸 보면서 이게 어떤 머뭇거리거나 주저함이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학대를 하는 걸 봤거든요. 
그걸 보면서 이 학대가 굉장히 지속적으로 이뤄졌겠다. 
또 특히 CCTV가 잡히지 않는 곳까지 아이들을 데려가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계속 학대를 당했을 텐데, 말도 못 하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또 그만큼 나중에야 알게 된 부모님들이 정말 속상하셨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현우 기자)
피해 학부모들은 모두 입을 모아 사전에 못 알아차렸다는 것에 대해서 미안해하셨어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거나 이상행동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하지만 영상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어린이집에서는 사과 한마디 없다고 하소연하셨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떤 관계자는 '내가 직접 영상을 봤는데 빨리 돌려서 학대처럼 보인 거지, 실제로는 보육교사의 행동이 학대랑 교육의 중간 사이에 애매한 부분이다'라고 말해서 할 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최선길 기자)
사실 제가 조금 듣고 속상했던 부분은‘아 우린 정말 몰랐다, 우리가 그 학대 사실을 알았으면 가만뒀겠느냐' 이런 식으로 반응하셨는데 물론 그 학대가 일어났을 당시에는 모를 수 있지만, 나중에 이렇게까지 일이 알려졌는데도 그렇게 말을 하는 걸 보면서‘아 관리감독에 소홀한 책임이 분명히 있을 텐데..조금 대처가 아쉽다.’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현우 기자)
CCTV 추가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가해 보육교사가 2~3일 한 번씩 상습적으로 영상 속 아이를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고, 추가로 다른 아이들을 학대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이번 달 말까지 추가 피해 아동이 있는지 CCTV를 확인할 계획이고, 동시에 어린이집 원장과 다른 보육교사가 학대한 사실을 인지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최선길 기자)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이게 학대를 받는 건지 알고 있을까? 또 피해를 입고 나서 그걸 부모님에게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을까’사실 어른들처럼 할 수 없으니까... 
그런 점이 굉장히 안타까웠고, 나중에서야 알게 됐을 부모님들이 얼마나 속상하실지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한 가족이 다 피해를 보게 되는 거잖아요. 
아동학대 1건으로 피해자들이 굉장히 많이 생기는 걸 보면서‘다시는 진짜로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전현우 기자)
열악한 보육교사의 여건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물론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아동을 학대하면 안 되지만, 보육교사의 열악한 처후 환경은 어제오늘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이를 더 낳게 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아이를 낳으면 책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분야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현우 기자ㆍ최선길 기자)
주변의 잘못된 관행이나 불법들, 우리 스스로 바꿔나가야겠습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제보 기다리겠습니다. 


▶기획; 임형주 ▶책임; 정재영 ▶연출; 전준상 ▶ 제작; 박성열 ▶ 촬영; 이슬, 조승우 ▶구성 ; 이승현 ▶ 일러스트 ;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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