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들 "콘크리트 둔덕이 피해 키워..공항 설계 최악"

작성 : 2024-12-31 16:49:44
▲ 둔덕에 올라 사고 기체 바라보는 미국 합동조사팀 [연합뉴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해외 전문가들이 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이 피해를 키웠을 수 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30일(현지시간)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 기사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단체 '항공안전재단' 하산 샤히디 회장은 "이것은 매우 복잡한 사고"라며 "조사관들이 파악해야 할 많은 요소가 결부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샤히디 회장은 "(공항 내) 구조물 배치는 국제 표준에 따라 결정된다"며 "조사관들은 이런 구조물이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예를 들어 활주로 근처의 물체들은 (항공기와의) 충돌 시 부서지기 쉬운 물체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항공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장애물이 없었다면 여객기에 탑승한 대부분의, 아마도 전부가 생존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사고 여객기의 랜딩기어와 플랩(고양력 장치) 등이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착지가 최선의 수준으로 이뤄졌다. 동체 착륙 뒤 활주로를 미끄러지는 동안에도 동체에 심각한 손상도 입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건 착륙의 문제가 아니라, 동체가 활주로 끝에 있는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직 여객기 파일럿 더그 모스는 WP에 "활주로를 완전히 평평하게 만드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활주로에 약간의 경사지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개인적으로 특이한 공항 설계도 많이 봤다"면서도 "이번 건 최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면서 "너무 빨리 착륙했다. 그들은 체크리스트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 참사현장 살펴보는 한미합동조사단 [연합뉴스]

항공 안전 컨설턴트 존 콕스도 WP에 "그들은 활주로에 훌륭하게 착륙했다"면서 "거기 구조물이 없었더라면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연방항공청(FAA)이 상용화해 미국 내 공항에서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인 이마스(EMAS·Engineered Material Arresting System)를 설치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마스는 항공기가 착륙하며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 발생 시 동체의 전진 속도를 빠르게 줄일 수 있도록 설계한 일종의 경량 콘크리트 블록입니다.

FAA 홈페이지를 보면, 표준적인 활주로안전구역(RSA)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EMAS를 설치하면 대부분의 항공기들은 착륙 시 속도가 70노트(약 130㎞/h)를 넘지 않게 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랜딩 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데 주목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소냐 브라운 박사는 "(랜딩기어의 전자 제어가) 실패하더라도, 유압시스템 없이 중력에 의해 랜딩기어가 전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비행기 날개에 있는 플랩과 슬랫 등 비행통제장치 역시 이중의 유압식 구조로 돼 있기에 작동이 돼야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두 개의 독립된 유압시스템을 조류 충돌이 동시에 마비시킨다는 것은 매우 희박한 일"이라면서 "이 사고에는 이보다 더 많은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로버트 섬왈트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 전 의장 또한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장으로서 10년 동안 (사고기와 같은 계열인) 보잉 737 계열 항공기를 조종했는데 랜딩 기어는 (파일럿이 수동으로) 내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랜딩 기어는 정상적인 수단을 통해, 수동으로 작동 가능하다는 점에서 랜딩 기어가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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