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해 한국은행서 173조 원 차입

작성 : 2025-01-01 08:33:43 수정 : 2025-01-02 01:13:57
▲ 자료이미지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세수 부족으로 한국은행에서 170조원 넘는 돈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한 해 동안 한국은행에서 173조 원을 일시 차입했습니다.

지난해 말 누적 대출 규모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기록입니다.

이는 종전 최대인 2023년의 117조6천억 원보다 47% 급증한 액수입니다.

연간 누적 대출은 2019년 36조5,072억 원에서 2020년 102조9,130억 원으로 크게 뛰었습니다.

이후 2021년 7조6,130억 원, 2022년 34조2,000억 원 등으로 줄었다가 2023년 117조6,000억 원으로 다시 급증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12월 173조 원을 빌렸다가 172조 원을 상환해서 아직 갚지 않은 잔액도 1조 원 남겨둔 상황입니다.

정부는 특히 지난해 10월 10차례에 걸쳐 15조4천억 원을 빌린 데 이어 지난달 30일과 31일에도 각 2조5천억 원씩 이틀간 총 5조 원을 더 빌렸습니다.

과거 전례와 비교할 때 연말에 가까운 10~12월 중의 일시 차입은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정부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액은 2,092억 원에 달한 것으로 산출됐습니다.

역시 2023년 연간 이자액(1,506억 원)을 크게 웃돌아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일시 대출 이자율은 올해 1분기 3.623%에서 2분기 3.563%, 3분기 3.543%, 4분기 3.302% 등으로 점차 하락했습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입니다.

개인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수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많이 사용할수록 돈을 쓸 곳(세출)에 비해 걷은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다는 의미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차입금이 기조적으로 쓰이지 않도록 정부와 논의하고 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로도 기조적인 일시 차입 흐름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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