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의도초대석은 민주유공자법 얘기해보겠습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이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유가협 장두영 사무국장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앵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유가협 지난 1986년 창립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간단한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장두영: 안녕하세요. 저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장두영이라고 합니다.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1986년도에 창립이 되었고요. 당시 민주주의·노동존중·평화통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공권력에 타살 당하시거나 여전히 아직도 죽음의 실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의문사로 남아 있는 돌아가신 분들의 유가족들이 만든 단체입니다.
△앵커: 홈페이지 보니까 인사말에서 유가협의 역사를 '민주주의로 전진해 가는 길목마다 열사를 요구해 온 한의 역사'라고 표현을 하고 있던데, 이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동원, 김태리, 하정우 배우가 나온 영화 '1987', 여기 모티브가 된 이한열이나 박종철 열사가 지금 법적으로 민주유공자가 아니고 그냥 민주화 운동 관련자, 이렇게 돼 있는 거죠?
▲장두영: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두 분 열사뿐만이 아니라요, 한국 현대사회에서 앞서 말씀드린 민주주의·노동존중·통일을 외치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많습니다. 2000년대 이런 분들을 위해서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배상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사망하시거나 행방불명 되신 분들, 혹은 민주화 운동으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해직·학사 징계를 받은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신 분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정하게 된 거고요.
제가 일하고 있는 민족 민족 유가족 협의회 어른들은 자신의 가족들이 민주화보상법에 따라서 보상을 받은 관련자의 성격을 넘어서 4.19나 5.18 유공자처럼 국가가 정식으로 예우하는 국가 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는 거죠.
△앵커: 바로 민주유공자법 얘기해보겠습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2020년 9월 발의를 했는데, 민주유공자법 어떤 법인지 제안 이유나 취지를 설명을 해 주시죠.
▲장두영: 법률안 첫머리에 있는 내용은 그대로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국가 권력 등에 항거한 민주화 운동은 수많은 시민·학생의 참여와 희생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헌법 가치 실현 및 민주헌정질서 확립 등 우리나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국가는 이러한 민주화 운동과 관련하여 희생된 자 등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위해 노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운동 중 4.19혁명과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만 각각 법률을 제정하여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로 예우하고, 그 외에 유사한 정도의 민주화 기여도가 인정되는 민주화 운동 관련자에 대해서는 예우를 하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법 제정을 통해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과 그 유족 또는 가족에 대해 국가가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널리 알려 민주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요. 이런 목적으로 발의되었고 제안된 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법안 제안 이유를 그대로 말씀을 해 주셨는데 주요 내용은 어떤 것들이 담겨 있나요?
▲장두영: 크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간단합니다.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판명이 난 136명과 장애를 입을 정도의 부상을 입은 상해자 693명을 더해서 총 829명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자는 게 전부입니다, 법의 내용은.
△앵커: 그러니까 민주화 운동에 관련이 있다고 다 유공자가 되는 건 아니고 사망하시거나 신체적으로 크게 다치신 분들로 국한을 하는 법안이네요. 그런데 이게 왜 반대하는 쪽에서는 엄청나게 국가 예산 들어가고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왜 그런 건가요?
▲장두영: 일단 법안 내용을 제대로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요. 일종의 '흠집 내기'라고 봅니다.
저희가 사실 이제 돈 얘기를, "돈이 얼마 안 들어가니 제정해 주세요" 이런 얘기를 정말 안 하려고 하고요. 사실 세상에는 돈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꼭 제정해야 하는 법안이 있고 그런 거잖아요. 돈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우리나라 민주사회 발전을 위해서 기여하시는 분들을 뒤늦게나마 늦었지만 예우에 달라, 이게 전부인 거지 이건 예산의 문제도 아니고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의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이 법안이 발의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제 기억으로는 김대중 정부 때 15대 국회부터 계속 발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계속 회기 종료로 폐기가 됐는데, 그동안 경과를 간략하게 말씀을 해 주시죠.
▲장두영: 뭐 매 국회 때마다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데요. 일단 법안이 발의가 되고, 현안 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또 여야 간의 정치적 긴장 상태 속에서 국회가 공전되고, 또 그러다가 선거철은 다가오고, 또 선거철이 다가오면 국회는 또 휴지기에 들어가서 선거운동 하느라 바쁘게 되고요. 그러다 보면 선거 끝나면 다시 국회는 새롭게 구성되고 다시 발의되고, 앞서 겪었던 과정을 똑같이 밟아 나가면서 지금 이제 2022년 21대 국회까지 오게 된 거죠.
△앵커: 일각에서는 이게 이른바 586 운동권들 셀프 유공자법 아니냐, 본인들 혜택 보려고 법안 발의하고 만들려고 하는 거 아니냐, 이런 반박도 있는데 이건 어떻게 보시나요?
▲장두영: 우원식 의원이 발의한 법안 외에 설훈 의원이 발의한 민주유공자 법도 있는데요. 설훈 의원이 발의했다가 철회한 법안의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린 사망자·상해자에 더해서 해직자, 구속자, 학사 징계자까지 포함해서 민주유공자로 지정하자는 법이기 때문에 아까 방금 말씀드린 그런 내용이 그런 어떤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은 있습니다. 만약 설훈 의원의 법안대로라면 민주유공자로 지정되는 국회의원이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 저희가 지금 이제 법 제정하려고 하는 우원식 의원의 유공자법 같은 경우는 말씀드린 대로 대상자가 사망자, 행방불명자, 상해자로 한정돼 있습니다. 그야말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운명하시거나 장애를 입을 정도로 크게 다치신 분들을 국가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예우해 달라는 게 이 법안의 핵심이고요.
이걸 또다시 586 셀프 유공자법이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가 눈에 쉽게 보이는 586 세대의 정치인들이 눈에 잘 보여서 그렇지 실제로 그 시절에 민주화 운동 하시다가 어려움에 처했고 지금도 고생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점 꼭 한 번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우원식 의원 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재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사항 없음이라는 말씀인거죠?
▲장두영: 지금 살아계시니까.
△앵커: 크게 다치신 분이
▲장두영: 없는 이상은 없다고 봐야죠.
△앵커: 알겠습니다. 앞서 잠깐 말씀을 해 주셨는데 4.19혁명이랑 5.18 민주화 운동은 별도의 유공자 예우법안이 있잖아요? 있음에도 다시 별도의 민주유공자법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뭐가 있을까요?
▲장두영: 4.19와 5.18 같은 경우는 하나의 사건과 관련해서 일어난 일이잖아요. 한국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그 과정에서 희생되신 분들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거 반대하시는 분들 아마 거의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그런 크나큰 일과 관련된 분들 뿐만이 아니라 너무나 다양한 사건과 과정 속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몸을 태워서 산화해 가신 분도 계시고, 경찰의 직격 최루탄에 맞아서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고문에 의해서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요. 백골단 토끼몰이식 진압 속에서 압사하신 분들도 계시고요.
제가 여기 유가협이라는 단체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건데, 차라리 자식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아시는 분들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도 너무나 조심스럽지만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됩니다. 끌려간 군대에서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아들이 자살했다고 통보받은 어머님도 계시고요. 멀쩡히 대학 들어가가지고 민주화 운동 한다고 해서 애써 군대로 보냈더니 자살했다고 하고, 그 과정에서 어머니 같은 경우는 자신이 아들을 죽였다고 생각을 해가지고 스스로 자살하시고.
△앵커: 군대 가라, 군대 가라 해서 보내놓고.
▲장두영: 자기 잘못이다 이거죠, 이제. 그리고 이제 대학 들어갔는데 어느 날 연고도 없는 부산 앞바다에서 갑자기 시체로 떠오르고. 볼일 보러 나간다고 해서 나갔는데 갑자기 사람이 증발해가지고 수십 년 동안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가 없는 거예요. 찾다 찾다가 결국 못 찾아가지고 가묘라도 만들어서 묘소 만드신 분들도 계시고요.
△앵커: 그런 것들이 전부 민주유공자법이랑 어떻게 연결되는거죠?
▲장두영: 이분들이 해당이 되는 거죠. 이제 민주화운동 관련 사망자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분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보상하기 위해 만든 민주화보상법에서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사망자로 지정된 366명과 크게 다치신 분들 포함해서 국가유공자로 예우해 달라는 게 그게 정말 그렇게 큰 욕심이고 잘못인지 저는 한번 반대하시는 분들한테 물어보고 싶습니다.
△앵커: 국회 앞에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유가협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하시던 회원분들이 상당히 연로하신데, 이분들이 하는 게 쉽지가 않으실 텐데 뭐라고 말씀들 하시나요?
▲장두영: 이런 것 같습니다. 저도 겪어보지 않았기에 감히 진짜 말씀드리기가 어렵긴 하지만 예전에 가족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시게 되면 가정이 파탄이 나거든요. 당장 언제 해고될지도 모르고, 이웃·친척, 혹시나 이제 화가 미칠까 싶어서 외면하게 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다 보니까 형제 자매들 같은 경우에는 "왜 오빠·언니는 그런 활동을 하다가 죽어가지고 이렇게 우리 가정을 힘들게 하냐" 그렇게 한탄하는 경우도 많고요. 집 앞에 경찰들이 상주해가지고 이제 동태 감시하는 것은 사실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야 되는 거고요. 한마디로 그냥 죄 지은 사람처럼 취급을 받은 거죠.
그 멍에를 벗고 싶은 겁니다. 내 자식이 국가유공자로 지정된다면 그 힘들게 산 세월, 고통의 1만 분의 1이라도 해소될 수는 없겠지만 내 자식이 외쳤던 주장과 외침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이룩하는데 그래도 나름의 밀알이 되었다고 자부하면서 자식 묘소에 술 한 잔 따르고 싶은 부모의 마음, 그게 전부인 거죠.
△앵커: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올해 1월 9일 82세를 일기로 소천을 하셨는데, 유가협 회장 맡으셔서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 같은 것도 이끌어내시고 많은 일을 하셨는데, 생전 마지막 소원이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보는 거라고 했는데 결국 못 보고 가셨네요.
▲장두영: 네, 어머님 마지막 소원이라고 언제나 이제 마르고 닳도록 얘기하셨고요. 배은심 어머님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박종철 열사 아버님이신 박정기 아버님도 돌아가시기 전에 이제 유공자법 통과 못 시키고 돌아가 죽게 돼서, 완전한 명예회복을 못 이루고 돌아가셔서 한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다들 이제 80세 가까워 오거나 훌쩍 넘으신 분들도 많고요. 이런 부모님들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도 차디찬 바닥 위에서 겨울 나고 이제 여름 바라보고 있는데, 바라는 건 딱 하나 그냥 내 자식·남편·가족들 명예회복 오롯이 완전히 이루어내겠다 이 마음뿐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마음이 상당히 푹 빠지시는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면 편하게 한 말씀 해주시죠.
▲장두영: 방송 듣고 계신 분들에게 간곡히 호소 드리겠습니다. 많이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십시오. 6월 10일 저녁 7시에 여의도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문화제도 있고요. 페이스북에서 유가협 검색해서 들어오시면 서명운동, 모금까지 참여하실 수 있는 방법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뿐만이 아니라 그걸 넘어서서 마지막 남은 소원 하나, 완전한 명예회복을 이루어내고 싶은 부모님들의 마음 꼭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이게 돈의 문제도 아니고 진영 간 싸움 문제도 아니라는 걸 좀 새겨들어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우리는 종철이, 한열이 자식들 떳떳하게 인정받는 세상 만들려고 여태 산 거야"
지난해 말 언론 인터뷰에서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유언처럼 남긴 말입니다.
전남 화순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21세, 3녀 1남의 막내 이한열의 장례식에서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네 한 엄마가 갚을란다, 엄마가 갚아" 통곡을 했습니다.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으로 "네 한 엄마가 갚을란다" 하던 엄마도 이제 떠나고 없습니다. 그 엄마의 마지막 꿈, 민주유공자법 제정. 어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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