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THINKING 디자이너' 김정대, 2계급 강등 설움 딛고 아이디어로 '인생 역전'(1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광주광역시청에서 서기관으로 퇴임 후 호남대 초빙교수로 인생 2막을 펼쳐가고 있는 66살 김정대 씨.
김 씨는 지난 40년 공직생활 동안 특별승진 2회, 대통령상 2회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남다른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데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창조적 아이디어가 디딤돌이 됐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맨'이 되기까지 그가 걸어온 도전적 행로는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 1977년 전남 장흥서 공직 시작
김 씨는 지난 1977년 장흥군 관산읍사무소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해 10년 근속 후 7급이 됐습니다.
그 무렵 광주시가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자리가 생겨 시로 편입하고자 했으나 9급으로 강등하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자녀 교육 등을 위해 도시생활을 꿈꿔오던 그는 고민 끝에 과감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광주시에서 9급으로 새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원점 회귀하고 보니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10년의 세월을 만회하기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비장의 카드는 '남과 차별화하는 전략'이었습니다.
때 마침 공직사회에 제안제도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김 씨는 광주시에서 실시한 제1회 제안 공모에서, 세대주 변경시 주민등록표를 새로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세대주 표기란을 기존 1칸에서 3칸으로 늘리는 혁신적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돼 상금과 함께 1호봉 특별승급이라는 파격적 혜택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10년 공직 생활을 뒤로 하고 2계급 강등의 아픔 속에서 얻어낸 1호봉 특별승급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라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이 때부터 그는 아이디어 발굴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날 2계급 강등의 아픔이 내면에 잠재된 상상력과 창의력을 일깨우는 기폭제가 된 것입니다.
◇ 강등의 아픔, 창의력을 일깨우는 기폭제
세월이 흘러 6급으로 승진 후 공무원교육원으로 발령받아 교수요원이 되었을 때 강의 뿐 아니라 교안작성 업무도 담당하게 됐습니다.
그는 예산, 보안, 문서 등 통상적인 실무과목에 식상함을 느껴 궁리 끝에 '창의력 개발'이란 새로운 교과목을 개발했습니다.
당시에는 생뚱맞은 과목이라 생각했는데,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는 선진과목으로 부상했습니다.
전국에서 최초로 개발한 이 강좌는 초창기 교육생에게는 낯선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이 높아져 지금까지 커리큘럼에서 빠지지 않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문제는 그 안에 해결책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 현황, 문제점, 해결방안, 기대효과 순으로 프로세스를 설정해 하나하나 짚어가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매일 지역신문 등 언론에서 보도하는 광주시정의 문제점들을 시민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시도한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하루 하루 생각해두었던 아이디어를 다시 다듬고 가공해 제안제도에 응모한 결과, 저조했던 광주시 제안제도가 활성화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매년 우수제안자로 선정돼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됐고 시청 내에서 '아이디어맨'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 청소차 황색으로 변경 제안, 청와대 초청받아
그에게 사무관 승진의 기쁨을 안겨준 것도 아이디어의 덕분이었습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민을 대상으로 제안모집을 실시했는데, 전국 10명 가운데 그가 뽑혀 청와대에 초청돼 상을 받게 됐습니다.
그가 제출한 제안은 새벽에 운행하는 청소차량이 녹색으로 잘 식별되지 않음을 착안해 잘보이는 황색으로 변경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사무관으로 특별승진했고, '청와대 사무관'이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습니다.
아이디어가 가져다 준 행운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한번 찾아옵니다.
2012년 강운태 당시 광주광역시장은 "당신이 시장이라면 어떤 정책을 펴겠는가"라며 정책아이디어를 공모했습니다.
무려 831건이 접수됐고, 이 중 34건을 골라내 시민·공무원·전문가 등 210명의 심사단이 '나가수방식'으로 최종 우수작을 가리도록 했습니다.
여기에서 그는 광주만의 독특한 관광상품으로 '벨로택시(자전거택시)'를 제안해 금상을 수상, 인센티브 덕분에 서기관 승진의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게 됐습니다.
그의 머릿속에서 솟아난 아이디어는 100여 건이 넘어 5년 연속 우수 제안자로 선정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상을 비롯 광주시장상을 무려 15차례나 수상하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는 "너무나 간단하고 쉬운 것이었지만 누가 먼저 발상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라며 아이디어 개발에서 문제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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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에서 광주광역시 전입..7급→9급 후퇴
대통령상 2회·시장상 15회..특진으로 만회
"문제 속에 해답..누가 먼저 발상하느냐가 중요"
대통령상 2회·시장상 15회..특진으로 만회
"문제 속에 해답..누가 먼저 발상하느냐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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