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5월 광주, 제주 4·3과 여순사건, 대구항쟁과 촛불혁명, 이태원·세월호 참사 등 방대한 역사가 한 권에 담긴 묵직한 시집이 출간됐습니다.
최기종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만나자』(문학들 刊)가 그 집약된 결과물입니다.
음지에 가려진 우리 현대사의 상흔을 정면으로 응시한 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역사 인식의 '결기'를 거침없이 드러냈습니다.
그만큼 오늘의 현실이 절박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 역사 인식의 '결기', 거침없이 드러내
그는 시인의 말에서 "시가 언어의 묘미나 비유적 수사만을 말하지 않는다. 시적 아님을 드러내면서 거칠고 투박한 것들도 분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언했습니다.
통일하자는
그 절절한 말이 다가오지 않는다
통일하자고
너무 오래 소원하다 보니
이젠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통일하자는
그 마땅한 말이 왜 이럴까
통일하자고
내미는 손의 온도가 달라서 그러는가
던지는 돌의 무게가 적어서 그러는가
- 시그래도 통일이다中
'통일하자'는 마땅한 그 말이 더 이상 당위로 실감되지 않는 현실을 시인은 '내미는 손'과 '던지는 돌'을 통해 환기시킵니다.
◇ 민중의 아픔과 여망, 파노라마처럼 펼쳐이러한 어조와 어법으로 시인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를 노래합니다.
차츰 잊히는 남북통일에 대한 열망을 북돋고 해방 이후 대구항쟁에서 제주 4·3, 여순사건으로 이어진 민중들의 아픔과 여망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줍니다.
2부 '광주를 노래하다'에서는 1980년 광주의 비극을 죽은 자 중심에서 산 자 중심으로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와 이태원의 비극, 팔레스타인과 미얀마의 비극을 저항의 연대로 풀어냅니다.
역사 왜곡 문제가 파다한 요즈음 대한민국 현대사를 직시하고 그 방향을 숙고하고 제시해 내는 최기종의 이번 시집은 수천 쪽의 역사서를 한 권으로 담아낸 축약서이자 주목할 만한 가집(歌集)이라 할 만합니다.
◇ 민중들의 저항의 현대사를 증언미사여구 대신 평범한 언어가 자아내는 절실한 현실은 상황 그 자체로 독자의 마음을 일깨웁니다.
권순긍 교수는 해설에서 "최기종 시인의 언어는 구수하고 인정이 넘치지만 메시지는 명쾌하고 시어의 전개는 거침이 없다. 그의 시도 그렇게 내지르는 힘이 있다. 세련된 기교보다도 '역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두드러진다"라며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상처가 동백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고 평했습니다.
◇ 현재 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로 활동나종영 시인은 표사에서 "이번 시집은 우리 민족 현대사에 대한 질곡의 기록이며 시인으로서 부끄럽고 슬픈 기억이다. 그것은 다시 말해 우리 민중의 역사에 대한 '죽비'이며 묵시록임이 분명하다"라고 했습니다.
최 시인은 1956년 전북 부안 출신으로 1992년 교육문예창작회지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82년부터 교사의 길을 걸었고 전교조 파동으로 해직의 길을 걷기도 했지만 굳건하게 교육운동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목포지회장을 맡아 전교조 조직을 이끌어나갔습니다.
현재 민족작가연합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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