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프로축구 광주FC의 클럽하우스 식당.
한여름 더위의 마지막 고비인 말복을 맞아 선수들에게 특별한 저녁 식사가 제공됐습니다.
최고급 꽃등심과 살치살, 채끝살 등 한우 40kg한상이 거하게 차려졌습니다.
이정효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등 80여 명은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배달된 한우를 먹으며 무더위 몸보신을 마쳤습니다.
이날 구단에 제공된 한우는 남다른 축구 사랑의 이력을 가진 이경재 매력한우 기찬랜드 명품관 대표의 후원으로 마련됐습니다.
이 대표는 광주 구단은 물론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꽤나 알려진 지역의 유명 축구팬입니다.
그의 유별난 축구 사랑은 광주에 프로축구 구단이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붉은악마 광주지회에서 임원진으로 활동하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리 응원 등을 이끌었던 이 대표는 월드컵이 끝난 이후 광주 연고의 프로축구단 창단 운동에도 힘썼습니다.
'야구의 도시', '타이거즈의 도시'로만 불렸던 광주에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는 프로축구단 창단을 염원해왔던 축구팬들에게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 등 붉은악마 광주 지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광주 프로축구단 창단 발기인 모임은 결국 절반의 성과라는 아쉬움 속에서도 군 팀인 상무 축구단을 임시 연고팀으로 유치하는데에 성공했고 이로써 광주FC의 전신인 광주상무불사조 축구단이 창단됩니다.
그리고 축구에 진심이었던 이 대표는 2003년 광주상무불사조축구단의 프런트로 정식 입사해 팀 운영과 관련한 업무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상무팀을 6년간 임시 연고팀으로 쓴 뒤 2008년 말 프로축구단을 창단해주겠다던 광주시의 약속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결국 서포터즈들 마저 응원을 보이콧하고 경기장을 떠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됐고, 얼마 뒤인 2009년 이 대표도 정들었던 구단을 그만 두게 됐습니다.
이후 요식업에 뛰어든 이 대표는 고향인 전남 영암군에서 한우 전문 매장을 운영하며 지역의 유망한 사업가로 자리잡았습니다.
매장 운영은 물론 영암군 수영연맹 회장과 영암군 청년회장을 맡는 등 사회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의 축구 사랑도 여전합니다.
2010년 축구팬들이 그토록 바랐던 광주시민프로축구단이 창단되자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는 구단 프런트가 아닌 팬의 자격으로, 20여년 전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누구보다 높이 뛰었던 지지자의 마음으로 다시 광주FC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날 선수단에 한우를 대접하며 "여러분 덕에 눈물 날 정도로 행복감을 느낍니다"라고 감격의 소감을 전했습니다.
"모든 부분에서 열악한데도 이런 팬층과 열기를 가져다줘서 너무 고맙다"며 "저와 같은 마음의 팬이 많으니 팬들의 기와 에너지를 받아서 앞으로도 승승장구 하시라"는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인사말을 마친 이 대표는 선수들이 불편해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선수단 식사에 동석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뜨며 찐팬의 본분을 마지막까지 잊지 않았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20여 년의 세월을 묵묵히 버텨내며 광주 축구를 지켜온 팬들.
최고의 코칭스태프, 최고의 선수단으로 똘똘 뭉쳐 새로운 도약의 순간을 맞고 있는 광주FC에 팬들의 뜨거운 사랑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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