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전범기업 가와사키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일본 측의 시간 끌기로 무려 4년 4개월 만에 1심 선고가 나온 건데요.
다른 강제징용 손해배상 재판도 계속 늦어지고 있어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신대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1945년 2월, 순천에 살던 김상기씨는 강제 징용돼 일본 가와사키중공업 공장으로 끌려갔습니다.
만 19살의 나이에 군수 시설에서 6개월간 전쟁 무기 제작에 동원된 겁니다.
미군 전투기의 집중 폭격으로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고, 볏짚을 갈아 만든 빵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습니다.
▶ 싱크 : 김승익/소송 원고·강제징용 피해자 김상기 씨 아들
- "(아버지 김상기 씨가) 머리 위에 스쳐가는 포탄이라든지 여러 번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짐승도, 개도 먹을 수 없는 밥을 먹고살았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한을 풀어달라고.."
김씨의 아들은 카와사키중공업 측에 손해를 배상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습니다.
재판장은 일본 전범기업의 불법 행위로 김씨가 고통을 겪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2020년 1월 소송을 제기한 지 4년 4개월 만에 1심 선고가 나왔는데, 소송 서류를 전범기업에 전달하지 않은 일본 정부 측의 의도적인 재판 지연 탓입니다.
이 때문에 김씨의 아들을 제외한 다른 유족들은 배상 판결을 받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장은백 / 변호사·원고 법률 대리인
- "(원고가 유족 대표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다른 유족들의 손해배상 채권) 권리 행사가 지연되게 된 이유는 일본이 (고의적으로) 송달을 지연하게 된 부분도.."
광주와 전남에서는 현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7명이 전범기업 11곳을 상대로 15건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중 4건만 1심 선고가 났고, 나머지 소송 11건은 모두 지연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국언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
- "(전범기업이 소송 서류를 받지 않게) 소송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사실상 방해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 정말 매우 불편하고 괘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일본 전범기업의 책임 회피와 우리 정부의 3자 변제 방침으로 징용 피해자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습니다.
KBC 신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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